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7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줄푸세'를 놓고 고민 중이다. 줄푸세는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며 법질서를 세운다'는 뜻으로 당시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통한 성장'을 강조한 박 전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2009년 미 스탠포드 대학을 찾아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언급한 뒤 뚜렷이 복지 쪽에 비중을 두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정체성이 왼쪽으로 한 클릭 옮아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복지를 강조하려면 증세와 정부의 역할 증대가 불가피하다. 결국 감세를 앞에 내세우는 줄푸세와 상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복지를 얘기하려면 이전에 내세웠던 줄푸세 공약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 내부에서도 최근 이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측이 자문교수단을 중심으로 줄푸세 공약을 다음 대선에서도 내걸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줄푸세의 취지는 민간 주도의 경제를 강조한 것이고 지금도 그 방향이 옳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3년 전에 비해 국가재정과 국제금융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감세와 규제 완화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번 국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재정과 조세제도는 어떤 기준과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며 국감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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