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세미나에 참석 중인 모 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A씨의 스마트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얼마 전 수술한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호출이다. A씨는 스마트폰의 원격 진료 소프트웨어(앱)를 실행해 환자의 현재 상태를 표시한 각종 수치와 그래프를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원격으로 처방했다.
# 최근 잦은 피로감을 느낀 회사원 B씨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자주 다니는 병원의 앱을 실행했다. 간단하게 진료 예약을 한 뒤 내친 김에 건강 검진까지 신청했다. 검진을 마치면 결과 또한 스마트폰 앱으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가상으로 꾸며 본 상황이지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스마트 진료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진료 시스템이란 의사의 처방전, 진료 기록 및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볼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진이 굳이 서류나 필름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 의료진의 일손을 덜어 주고 의사와 환자 또한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가능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 한마디로 차트(서류) 없는 스마트 병원이 탄생하는 셈이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의 NU 시스템
제일 앞선 곳은 가톨릭대 부속 가톨릭중앙의료원. 이곳은 KT 및 평화IS, 니오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스마트 진료 시스템인 '뉴로 유비쿼터스(NU)'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12월부터 시범 서비스 예정인 NU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환자의 검사 결과와 처방내역, 수술환자 조회 등이 가능하고 엑스레이, MRI, CT 등 각종 의료영상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서울 강남, 여의도 성모병원 등 산하 8개 병원 2,400여명의 의사들에게 아이폰4를 순차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의사와 환자들이 스마트 진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KT와 협의해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접속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의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톨릭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아이폰4로 시험 중인 NU 시스템을 실행해 보니 진료 과별로 의사들이 환자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고 필요하면 환자 이름 옆에 전화번호를 눌러 바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보기 불편한 각종 의료 영상은 태블릿PC인 아이패드로 볼 수 있다.
의사들이 9.7인치 크기의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았지만 가톨릭 중앙의료원 측 반응은 달랐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금은 의사들이 입원 환자 회진시 전용 카트에 노트북을 얹어서 밀고 다니며 진료한다"며 "이를 아이패드로 대체하면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도 스마트폰으로 이용 가능
뿐만 아니라 스마트 진료 시스템은 환자들에게도 편리하다. 진료 및 건강 검진 예약은 물론이고 검진 결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받아 볼 수 있다. 관련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굳이 전화를 걸어 통화를 기다리거나 방문할 필요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진료 예약 등이 가능하다.
스마트 진료 시스템을 개발한 이은식 니오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의사용과 환자용 스마트 앱을 2가지로 개발 중"이라며 "환자용도 12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고 국내에도 다음달에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 태블릿PC가 출시되면서 스마트 진료 시스템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톨릭 중앙의료원 외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도 KT와 스마트 진료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W대 부속병원과 H대 부속병원, S대 부속병원, E대 의료원, 분당 C병원 등도 스마트 진료 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일본의 경우 수술실에 아이패드를 설치해 놓고 의사들이 영상을 보며 수술을 하기도 한다"며 "스마트 진료 시스템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편리하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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