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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 삶의 고비 버팀목, 그건 글쓰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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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 삶의 고비 버팀목, 그건 글쓰기였네

입력
2010.10.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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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영숙(43)씨가 두 번째 장편 (자음과모음 발행)을 출간했다. 장편으로는 2006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이후 4년 만에 낸 작품으로, 문학 웹진 ‘나비’에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연재한 소설이다.

작중 화자인 주인공이 열일곱 살 여고생일 적부터의 자신의 삶을 진술해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한순간도 놓지 않는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점에서 이 성장소설은 특별해진다.

고교를 나와서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서른 넘어 덜컥 결혼해 미국에 건너갔다가 남편과 헤어져 이국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겨우 자리를 잡을 만하니 어머니의 중병 소식을 듣게 되는 순탄치 않은 삶의 국면. 그때마다 그녀는 위대한 고전소설을 읽고 끊임없이 종이를 긁적이며 현실을 견디고 때론 초월한다. 고교 졸업 후 영어교재 판매, 차 심부름 등 마뜩찮은 일거리 외엔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 없는 자기 처지를 절감했을 때 그녀는 공장 노동자의 삶을 극사실적으로 서술한 시몬느 베이유의 를 읽고, 남편과 헤어져 혈혈단신으로 척박한 미국 생활을 헤쳐나가야 했을 땐 세르반테스의 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비록 소설가가 되지는 못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사유하고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소설가소설이고, 작가 강씨의 문학적 성장 과정이 그 저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선 얼마간 자전소설이라 하겠다.

이 소설의 또다른 흥미는 주인공의 모녀 관계다. 이들의 관계는 부자 간의 오이디푸스적 갈등이라는 익숙한 문학적 설정을 뒤집어 모녀 간에 옮겨놓은 듯한 형국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변변찮은 잡지에 에세이를 발표한 경력을 앞세워 ‘김 작가(님)’로 불리며 동네 부인들을 상대로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다. 싱글맘인 그녀는 외동딸 뒷바라지 따위는 안중에 없고, 되레 글쓰기를 배우겠다며 찾아온 동네 건달의 외모에 홀려 딸과 함께 사는 단칸방에 새 살림을 차릴 만큼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그 문하생들의 글을 ‘쓰레기’라고 경멸하면서 동네에 사는 유명 작가를 글 스승으로 삼는 한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 충동적으로 남자와 동거하기도 한다.

겉돌던 모녀 관계는 뇌종양을 앓게 된 어머니를 간병하러 주인공이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이해와 화해로 슬쩍 방향을 튼다. 그녀가 병든 어머니를 외면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으로 떠날 때 어머니가 무심한 척 건네준 편지 덕분이었고, ‘김 작가’가 가망 없어 뵈던 병세를 기적처럼 떨치고 일간지 작품 공모에 당선되는 영예까지 누린 것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한결같은 열망 때문이었다는 설정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글쓰기가, 혹은 글쓰기로 상징되는 자기 표현과 소통의 욕구가 인간의 삶에 있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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