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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의 대화] G20 체제와 '좋은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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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의 대화] G20 체제와 '좋은 세계화'

입력
2010.10.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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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말 경주에서는 미리 G20 재무장관ㆍ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렸다. G20 회의에서는 세계적 차원의 금융안전망 설치와 함께 무역불균형과 환율 문제, IMF 개혁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계 체제가 모색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좋은 세계 체제는 어떤 것인가.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모색

흔히 경제학자들은 세계화를 시장이 세계적 차원에서 통합되는 경향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자본과 상품, 노동의 국제간 이동의 장벽이 제거된 평평한 마당이 아니다. 세계경제는 곳곳이 뾰족하거나 기울어져 있다. 보편적인 시장경제 원리에 지배되는 세계화 모델은 아직까지 관념에서만 존재한다.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범위는 거래 대상에 따라 다르다. 상품은 거래 당사자 사이에 힘의 격차가 비교적 작을 수 있다. 그래서 수평적 거래, 즉 시장적 거래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그러나 노동이나 자본은 거래자 간에 권력과 정보의 격차가 큰 편이고, 수평적 거래보다 위계적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금융자본주의는 매우 위계적이고 집중된 권력의 질서다. 금융은 최초에는 실물부문 거래를 돕는 시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점차 권력을 확대하면서 실물부문에서 자립하고 나아가 거래 전체를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나 실물부문에서 이탈한 금융 팽창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금융팽창은 결국 위기와 해체의 경로로 이어진다. 조반니 아리기에 의하면, 과거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행사했던 제노바 네덜란드 영국이 이러한 길을 걸었다. 실물거래의 우위가 약화하고 금융팽창이 진행되면 독점시장이나 군사적 제국주의가 대두할 수도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체제는 금융자본주의와 시장자본주의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19세기의 헤게모니 국가였던 영국은 금융팽창 속에서 실물부문이 약화하면서 경제적 우위를 상실하였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금융적 팽창 속에서 영국의 헤게모니가 몰락했고 이 때 미국 주도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1950~60년대 실물부문의 팽창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체제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발전모델도 세계경제의 실물적 팽창에 기반하여 형성되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실물부문 경쟁력은 감소하고 금융부문이 확대되었다.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전개된 세계화는 신흥 경제국의 성장을 가져왔으나 미국 경제의 모순을 심화시켰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는 미국 중심인 금융자본주의의 위기가 표면화한 것이다.

G20 체제는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울퉁불퉁한 세계화의 결과이다. 이 시기의 세계화는 금융팽창과 금융세계화, 미국의 전락, 신흥 경제국의 급부상을 내용으로 한다. 미국은 최대 채권국에서 이제는 최대 채무국이 되고 말았다. G7 이외의 G13이 세계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27.8%에서 2009년 41.9%로 증가했다. G13의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에 21.6%에서 40.9%로 증가했다.

국내 혁신과 고용 확대 힘써야

G20의 세계 체제는 미국 등 서구의 군사적ㆍ 금융적 우위와 신흥 경제국의 실물적 우위가 서로 경쟁하거나 조화를 도모하는 체제이다. 미국이 주도한 금융팽창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G20 금융안정이사회의 집행력을 확보하고 IMF의 역할과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실물부문에서 미국이 추락하는 속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환율조정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는 맹목적인 세계화 대신 '좋은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좋은 세계화'는 위계적 거래보다 수평적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G20 차원의 금융규제 질서 구축에 참여하는 한편 국내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은행의 이익추구와 무분별한 증권화 과정을 조절하고, 단기자금의 국가간 이동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팽창보다는 실물성장을 위한 혁신과 고용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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