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원정 응원단 앞에서 축포와 함께‘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축구 특별열차’를 타고 온 팬들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운집한 2,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원정 응원단은 선수들과 함께 ‘알레 알레 알레 알레 블루윙~ 오오오오 오오오~’를 합창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원 삼성이 24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0 하나은행 FA컵 결승 경기에서 전반 25분 터진 염기훈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전북과 제주, 부산을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수원은 대회 사상 두 번째로 FA컵 2연패에 성공했다. 통산 FA컵 우승 3회와 준우승 2회를 거둔 수원은 단기전의 강자임을 증명하며 챔피언에 주어지는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원은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았고, 결승골로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염기훈은 트로피와 함께 상금 300만원을 챙겼다. 득점왕은 5골을 나란히 기록한 지동원과 인디오(이상 전남)가 공동 수상했다.
부산이 2003년 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홈 구장을 이전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 결승전이라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날 저녁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3만1,141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결승전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염기훈-신영록-이상호로 이어지는 공격진을 내세운 수원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듯 원정 경기임에도 우세한 경기력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전반 1분 만에 김두현의 기습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수원은 25분 염기훈의 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염기훈은 아크 밖 오른쪽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다.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나간 염기훈의 슛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선제골 이후에도 염기훈은 전반 45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두현에게 절묘한 패스를 해주는 등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해결사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
수원은 후반 11분 신영록 대신 호세 모따를 투입했다. 호세 모따는 투입되자 마자 아크 안 왼쪽에서 환상적인 오버 헤드킥을 선보이며 공격의 흐름을 수원으로 가져오게 만들었다. 수원은 한상운과 김근철, 이정호를 투입하며 파상공세를 벌였던 부산의 매서운 공격을 끝까지 잘 막아내며 영광의 우승컵을 안았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 만에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빼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윤 감독은 “한 골 승부라고 생각하고 대비했던 게 주효했다. 원정 경기라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남은 K리그 4경기를 전승한다면 6강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하겠다.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도전하려면 용병 선수 3명을 잘 뽑아야 한다”며 “대학 지도자 시절에 12번 결승에 진출해 10차례 우승했는데 이날 우승은 프로 지도자로서 의미 있는 우승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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