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문을 연 신세계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했다.
최고 시속 350㎞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경주선수권대회 포뮬러 원(F1) 월드챔피언십은 17라운드(전체 19라운드)째에 코리아 그랑프리라는 이름으로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펼쳐졌다. 22일 연습 주행으로,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F1의 개막을 알린 24대의 F1 머신들은 23일 예선을 거쳐 24일 결선을 끝으로 일정을 마쳤다.
코리아 그랑프리 초대 챔피언의 영광은 페라리 소속의 페르난도 알론소(29ㆍ스페인)가 안았다. 알론소는 5.621㎞의 트랙을 55바퀴(309.155㎞) 도는 결선 레이스에서 2시간48분20초81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악천후 속 총 59분 지연
레이스 시작 예정 시간은 오후 3시. 그러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10분이 지연됐고, 포메이션 랩(결선 직전 모든 머신이 트랙을 한 바퀴 돌며 타이어를 달구는 것) 없이 세이프티 카(사고 등으로 트랙에 이상이 생겼을 때 투입되는 통제 차량)의 주도로 24대 머신이 줄줄이 출발했다.
3바퀴를 돌았을 무렵, 빨강 깃발이 펄럭여 레이스 중지를 알렸다. 트랙 컨디션이 레이스를 지속하기에 곤란할 만큼 나쁘다고 판단한 것. “신설 서킷이라 노면에서 기름이 올라온다. 끊지 않으면 레이싱이 아닌 스케이팅이 될 것”, “우천 지연에 세이프티 카 출발까지 재앙 수준”이라는 등 팀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후였다. 드라이버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젠슨 버튼(맥라렌)은 첫 바퀴에서 팀원과의 교신을 통해 “호수 위를 달리는 것 같다”고 했고, 알론소는 3바퀴째에서 “앞이 아예 안 보인다. 내가 치러 본 레이스 중 최악의 조건”이라고 했다.
물고 물리는 대접전의 연속
3시16분 중단된 레이스는 비가 약해진 4시5분에야 재개됐다. 그러나 역시 세이프티 카가 앞장섰고, 세이프티 카가 퇴장한 17바퀴째에야 추월이 허용되는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때부터는 관중의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드는 F1의 진수가 펼쳐졌다. 노면이 미끄러워 돌발 상황이 시시때때로 일어났다. 예선 2위 마크 웨버(레드불)가 19바퀴째에 중심을 잃으면서 빙글 돌았고, 니코 로즈버그(메르세데스GP)의 추돌로 둘 다 레이스를 포기하는 등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다행히 부상 등 인명 피해는 없었다.
46바퀴째 코너 직전에는 2위로 달리던 알론소가 절묘한 파고들기로 선두 제바스티안 페텔(레드불)을 앞질렀다. 페텔의 머신은 추월 허용 직후 꽁무니에 불까지 번져 두 번 울었다. 초반만 하더라도 ‘우는 소리’를 했던 알론소는 결과적으로 그가 말한 ‘최악의 조건’ 덕에 올시즌 최다승인 5승째를 거뒀다. 25점을 쌓은 알론소는 231점으로 중간 순위 2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고, 페텔과 웨버는 예선 1, 2위를 하고도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맛봤다. ‘돌아온 황제’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GP)는 올시즌 최고 타이 기록인 4위에 올랐다.
한편 12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는 결선에만 8만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첫날 2만5,000명, 둘째 날 6만3,000명까지 더하면 16만8,000명이 영암을 찾은 것이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2016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열린다.
영암=양준호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