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잘 안 쓰이는 금고와 자격정지 등의 형벌이 폐지돼 현재 9개인 형벌의 종류가 사형과 징역, 벌금, 구류 4개로 단순화된다. 벌금형에도 집행유예가 도입되며, 법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형량을 줄일 수 없도록 감형사유가 엄격히 제한된다.
법무부는 형법 총칙을 이 같이 대폭 손질한 형법 일부 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한다. 형법 총칙의 전면 개정은 1953년 제정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통과 후 공포되면 2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8월 말 법무부가 공개한 개정시안의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돼 있다. 우선 현행 형법에 규정된 형벌 중 노역이 수반되지 않는 구금형인 ‘금고’를 비롯해 자격상실, 자격정지, 과료, 몰수 등 5개가 삭제됐다. 단, 몰수의 경우 형벌 종류에선 빼되 별도 조항을 마련키로 했다.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대해선 집행유예도 가능해졌다.
법관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의 요건도 구체화됐다.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피고인의 노력에 의해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이 회복됐거나 ▦피고인이 자백했을 때에만 감형이 가능하다. 흔히 고위 공직자 등에게 해당됐던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고…’와 같은 감경 사유는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위헌시비 끝에 폐지됐던 보호감호제도가 ‘보호수용’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부활됐다. 방화와 살인, 성폭력 등 재범 위험성이 있는 강력범에 한해 상습범ㆍ누범 가중처벌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안처분(보호수용, 치료수용, 보호관찰)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는 “징역형 종료 6개월 전 심사를 거쳐 보호수용의 집행을 유예할 수도 있고, 과거 사회보호법에 비해 보호수용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학계 등의 반발이 여전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세계주의’ 규정도 신설돼 우리 영토 밖이라도 폭발물 사용, 통화ㆍ유가증권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우리 형사사법기관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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