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우려를 상당 부분 씻어낸 경주 회의.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모두 코뮤니케(공동 선언문)에 서명을 했지만, 국가별 손익계산서는 엇갈린다. 과연 최대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수혜국이 미국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강력히 주장해 온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당장 구속력 있는 수치 목표를 담지는 못했지만 향후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고, 환율 역시 당초보다 진일보한 내용에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중간선거(11월2일)라는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뒀다는 평가다.
미국처럼 직접적인 실리를 챙긴 것은 아니지만, 의장국인 우리나라도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작년에 일시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5%를 넘어선 걸 제외하면 대부분 가이드라인으로 거론되는 4%에 못 미치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또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이행'이라는 이번 합의가 원화가치 절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긴 해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대신 선진국(G7)이 아닌 국가에서 첫 의장국을 맡아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대 피해국은 독일과 일본으로 봐야 한다. 중국을 겨냥한 이번 조치가 경상수지 흑자국인 이들 국가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독일의 라이너 브뤼더레 경제장관은 23일 장관회의 뒤 "미국이 앞으로 하려는 일들은 계획경제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도 득보다는 실이 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환율 부분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부분을 양보한 것에 비해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을 늘린 것은 미미한 성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위안화 절상에 나서야 할거면 미국과의 양자회담보다는 다자회담에서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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