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폭스뉴스의 진행자이자 보수논객인 글렌 벡.
최근 공영라디오방송(NPR)이 자사 뉴스 애널리스트를 해고해 논란이 되면서 등장한 두 인물이다. 이 둘의 ‘긴장관계’가 NPR 사태에 대해 보수세력이 더 강하게 반발한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흥미롭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소로스는 진보성향의 자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 NPR에 180만달러를 기부했다. 또 진보성향의 비영리 미디어 감시단체인 ‘미디어 매터스’에도 100만달러를 기부했는데, 이유가 도발적이다.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는 폭스뉴스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디어 매터스는 이 돈으로 광고주들에게 폭스뉴스와 거래하지 말도록 하는 광고를 내보내는가 하면 폭스뉴스의 대표적인 논객인 벡이 폭력을 유도하는 증오에 가득 찬 연설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함께 NPR은 사실지향적이고 중립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방송을 자부하고 있으나, 폭스뉴스를 맹렬히 비난하는 소로스의 돈을 받은 이유로 보수세력의 공적이 됐다.
벡은 미디어 매터스의 광고가 “나를 잡아들이려는 ‘수배 포스터’”라며 “현상금은 100만달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폭스뉴스가 NPR에서 해고된 후안 윌리엄스를 200만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곧바로 3년 계약을 맺은 것도 NPR을 진보매체로 몰아붙여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수세력들은 NPR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보세력에 대한 공격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여론의 흐름은 NPR에 매우 부정적이다. NPR의 옴부즈먼 코너에는 윌리엄스를 해고한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그를 즉각 복직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기부하지 않겠다고 하고, NPR에 대한 공적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온다.
청취자들의 격한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직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예상대로 실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재정지원 축소를 요규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NPR 내부에서도 해고 조치는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강하다. 비비언 쉴러 회장은 22일 직원과의 면담에서 “이번 사태를 다룬 방식에 대해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