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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수사/ 檢 '4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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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수사/ 檢 '4중고'

입력
2010.10.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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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 관련돼 있는 그룹 임원들을 연일 줄소환하는 것은 물론, 이번 의혹의 '몸통'으로 알려진 태광산업 이선애(82) 상무의 자택마저 압수수색하는 등 사건의 핵심으로 점점 다가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의외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의 조성 경로가 매우 복잡한 데다, 회사 관계자들도 "미신고 유산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질문에도 '예'나 '아니오' 식으로 짧게 대답해 수사가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태광그룹의 재무관리를 전담한 박명석 대한화섬 사장 조사에 기대를 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태광 측은 비자금을 주로 현금 형태로 보관하면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사용처를 규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유다.

21일 이 상무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두 번이나 영장이 기각되는 동안, 또 압수수색 전날 언론 보도로 법원의 영장발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상무 측이 관련 증거들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시간 동안 검찰이 확보한 압수물도 박스 1개 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지금은 비자금 조성 경위와 방법, 규모 등에 검찰의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으며, 완성 단계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이선애 상무 소환 조사도 조만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낙 고령인 데다,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조사를 최대한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호진(48) 회장을 먼저 소환하게 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그 동안 국세청과 한국도서보급 등에서 확보한 차명계좌 등을 추적해 물증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지만 수십 상자의 재무 자료와 100여개의 차명계좌 등을 모두 분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인 큐릭스나 쌍용화재 인수 과정의 특혜의혹에 대해서도 태광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당국에 대한 로비사실을 밝혀내지 않으면 사법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주로 현금이나 인맥을 통해 로비를 했을 경우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태광그룹의 비리 의혹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수사가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 직원 등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돼 해직된 티브로드홀딩스의 문모(39) 전 팀장이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도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전 팀장은 "사측의 로비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태광그룹의 정ㆍ관계 로비의 전모가 재판과정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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