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호진(48) 회장의 외사촌동생인 이모(47) 전 청와대 행정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광그룹은 "청와대 행정관 정도를 통해 무슨 로비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지만, 검찰도 이 전 행정관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로비 의혹이 규명될 지 주목된다.
검찰은 일단 이 전 행정관의 인맥이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로비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로비 창구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미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졸업한 뒤 티브로드에 입사해 마케팅팀장으로 일했던 이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태광 측이 로비 목적으로 심어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행정관은 그러나 지난해 2월 "용산사태로 촛불시위를 확산시키려는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키우라"는 홍보 지침을 경찰에 보내 물의를 일으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태광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회사 관계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법인카드 사용자와 사용내역 등을 확인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인맥관리를 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태광그룹 측은 "정치권 등 외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 국내 대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홍보조직도 갖추지 않고 있다"며 "사정이 이런데 현안이 있을 때마다 로비를 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태광그룹의 과거 로비 의혹들도 검찰은 다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로부터 티브로드의 큐릭스 편법 인수 의혹 내사기록을 넘겨받았다. 또, 지난해 3월 불거진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도 재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모 전 티브로드 팀장이 청와대 행정관 2명,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에게 술접대 및 성접대를 하다 적발돼, 큐릭스 인수 승인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행정관들에겐 성매매 혐의만, 방통위 과장에겐 단순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을 뿐, 적극적인 로비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