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22일 국회 당대표실.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이명박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내가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말했다. 하루 전 중국 외교부가 “그런 발언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부인하자 그가 한 발 물러서며 내놓은 입장이다.
사실 박 원내대표의 애초 발언 취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논란이 된 발언을 한 19일 이전에도 “현정부 들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위기가 조성됐는데 주변 국가들의 우려가 많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런 분석에 동의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도 “문제의 본질은 이명박정부 대북정책의 무능함과 무책임에 있다”며 “말꼬리나 잡는 행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훼방꾼이란 단어를 썼는지 여부에 정치공세 프레임을 맞추면서 상황이 꼬인 측면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십분 감안한다 해도 박 원내대표의 가벼운 언사는 비판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이 어려움에 처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설화(舌禍)다. 민주당 의원들도 “박 원내대표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더구나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실명을 언급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 한 것은 잘못이었다. 외교에서는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데 ‘용어’의 정확성보다는 ‘맥락’만 잘 보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무슨 일이든 과한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제1 덕목은 절제다. 박 원내대표 발언 논란이 본인뿐 아니라 정치인 모두의 가벼운 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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