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이제 열세 살 된 중학교 2년생이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동생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했다. 범행동기는 "공부하라"며 자주 학대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었다. 경찰은 아이가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골프채에 배를 찔리는 등 모욕적 대우를 받고 오랫동안 억눌려온 분노가 폭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버지만 없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던 아이는 엄청난 죄의식으로 인해 아마 평생 행복할 수 없는 삶을 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극단적인 존속범죄가 무섭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 들어 9월까지만 해도 이미 예년 연간 범죄건수를 상회하는 50건 가까운 존속살해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들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가정은 유복한 중산층이었다. 겉으론 별 문제가 없어 보여도 우리의 가정이 얼마나 심각하게 붕괴돼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건을 예외적인 일탈성 범죄로만 보아서는 안될 이유다.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의 부재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본적 도덕률조차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오로지 사회적 성취를 위한 학과공부만 강요했을 뿐 아이의 정서적 도덕적 심성을 키우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 우리의 학교들도 이런 문제에 성의 있게 상담해줄 능력이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소통 없는 가정, 출구 없는 교육시스템이 책임의식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정서미숙 상태의 청소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급격한 외형적 성장을 겪으면서 기성세대와 자라나는 청소년 사이의 인식차가 유례없이 벌어져 있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들이 도처에 넘쳐난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에 관한 한 즉각적으로 유효한 처방이란 없다. 부모와 자녀세대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공동참여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에 청소년의 정신적 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나마 방법일 것이다. 결국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남의 일 보듯 개탄만 하기에는 우리 사회, 우리 아이들이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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