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학계인사 26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체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위원장 하영선 서울대교수ㆍ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어제 '한일 신시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8년 4월에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해 2월 발족된 이 단체는 1년 반의 공동연구를 통해 양국의 과거사 인식과 미래의 한일 관계를 위한 기본골격을 보고서에 담았다. 한일 양국민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교본으로 삼을 만한 성과다.
한일 병합의 성격에 대한 진일보한 역사인식이 우선 눈에 띈다. 보고서는 "일본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의 반대를 억누르고 한국 병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한일 합병 100주년에 즈음한 8월 담화에서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배"라고 규정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학계도 병합의 강제성을 인정함으로써 한일 병합의 성격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식민지배가 가져온 손해와 고통, 민족적 한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과거사 논란의 핵심인 병합 및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해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쉽다. 후속 논의를 통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숙제다.
보고서는 미래 비전으로 정부와 민간의 여러 단위를 망라한 '한일 공생을 위한 복합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하고 미국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역내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비롯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적절한 지적이다. 한일관계, 국제정치, 국제경제의 3개 분야에 걸쳐 제시한 21개 과제도 양국이 공동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를 총망라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전에도 양국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양국의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과제들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모처럼 진전된 공동인식과 적절한 과제를 이끌어낸 이번 보고서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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