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21일 재무차관ㆍ중앙은행부총재 회의에 이어 22일 시작된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환율 공방이 펼쳐졌다. G20 회의를 통한 환율 전쟁의 결말, 시나리오로 짚어봤다.
하나. ‘시장친화적 환율 정책’에 합의
22일 기획재정부 및 G20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성명서 초안에는 ‘글로벌 환율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더 시장 친화적인 환율 시스템을 추구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FP 등 외신들도 이런 내용의 초안을 공개했다.
물론 22, 23일 논의 과정에서 성명 내용이 상당히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이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경제여건에 비해서 과도하게 절하돼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하되, 중국 등의 반발을 우려해 구속력이 강한 문구를 피하는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지향적인 환율에 각 회원국이 더욱 신경을 쏟자는 방향으로 공동 선언문의 최종 문구가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6월말 열린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일부 신흥국은 환율 유연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데 그친 상황.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시장친화적 환율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후 물밑에서 미국과 중국 간 조율을 위한 포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정도만 되도 상당한 진전이라는 얘기다.
둘. 경상수지 제한폭 설정
현재 미국이 희망하고 있는 건, 공동 선언문에 경상수지(혹은 무역수지) 폭을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담는 것.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측은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회원국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각국이 놓인 처지에 따라 반응은 극과 극. 중국 등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내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과 일본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미국 정부의 이런 목표에 대해 논의는 해볼 수 있겠지만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일축했고, 라이너 브뤼더레 독일 경제장관도 “양적인 목표 설정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국들은 미국에 동조하는 모습.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캐나다 등이 미국측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산된 카드는 아닌 셈이다.
셋. 합의 도출 실패
최악의 시나리오는 서울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성과물도 내지 못하는 것. 이렇게 되면 G20 회의를 계기로 환율 전쟁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될 소지도 있다.
그렇다고 공란 상태의 답안지를 낼 가능성은 없다. 아주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의 내용이라도,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문구는 담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 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이제는 그 정도로는 만족하기 어렵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대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 문제”라며 “선언적 수준 이상의 답안지를 만들지 않으면 사실상 실패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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