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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천안함 지휘관 처벌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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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천안함 지휘관 처벌 옳은가

입력
2010.10.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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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교육 잠언에 "오른 손으로 아이를 때렸으면 반드시 왼손으로 안아줘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상반되는 양면을 함께 배려하라는 것이다. 자녀를 훈육할 때도 채찍만으로 올바른 사람을 만들 순 없다. 물론 항상 당근만 주어도 교육 효과는 적어질 것이다. 나는 자녀 교육에 5:3:1방법이 좋다고 일러준다. 다섯 번 일깨우고 세 번 칭찬하고 한 번 꾸중하라는 것이다. 꾸지람과 비난과 처벌보다는 용서와 격려와 인정이 바람직한 행동교정 방법이다.

보편적 법 감정과 상식 좇아야

안보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엄중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지휘관들을 징계하는 후속처리에도 이런 지혜를 적용하면 어떨까. 나는 군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감정의 일단을 알려주고 싶다. 법의 구체적 적용은 무엇보다 국민의 보편적 법 감정과 상식에 맞아야 한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도덕과 사랑을 아울러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 책임이 있는 지휘라인은 천안함 함장과 해군 2함대사령관, 작전사령관, 그리고 합참의장이다. 적의 도발을 경계하고 저지하는 임무를 다하지 못해 유례 없는 인명 피해를 초래한 지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합참의장이 인책 사임하고 군을 떠났으며, 해군 작전사령관과 2함대 사령관은 보직에서 해임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휘관의 경계 실패가 징계사유는 될지언정 형사처벌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천안함 함장은 적의 기습 도발로 아끼던 부하들과 함께 해군 지휘관에게는 모든 것이 걸린 배를 잃었다. 승조원들은 험난한 해상 경계임무의 어려움을 나누던 동료가 졸지에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서 희생되는 공포와 고통을 겪으며 간신히 살아 남았다. 이들이 평소 노고를 무릅쓴 덕분에 후방에서 편히 지낸 우리가 생존 장병을 함부로 죄인처럼 다루는 것은 잘못이다.

지휘하던 배와 부하를 잃은 함장은 자부심과 긍지를 상실한 아픔에 무한히 고통 받고 있을 것이다. 생존 승조원들도 사건 당시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다. 아무리 여론의 비판과 군법이 엄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는 해군 장병의 고통과 희생을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 무도한 도발을 저지른 북한은 그 희생자인 천안함 장병이 비난과 처벌을 받는 것에 즐거워할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9ㆍ11 테러로 국방부 건물이 파손됐을 때 어떤 지휘관도 처벌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숱한 전쟁과 국제 해상테러 사건 등에서 고의로 전투를 회피하거나 달아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패배하거나 실패한 지휘관과 장병을 군법으로 다스린 기록은 없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장병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야만, 국가를 위해 충성하고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킬 마음도 생긴다. 그래야 큰 희생을 요구하는 국방 의무를 정당화할 수 있다.

생존 장병은 죄인이 아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을 무작정 비난하고 처벌해 평생을 회한과 불명예와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군 장병과 사회에 그릇된 인식을 심게 될 것이다. 전장에서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것을 한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천안함 생존 장병의 상처와 고통을 우리 자신의 것처럼 헤아리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형벌로 다스려 다시 저 험한 바다 물밑 사지(死地)와 다름없는 곳에 몰아넣는 것은 결코 나라와 사회의 도리가 아니다.

'자기에 대한 요구는 엄격하고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남에 대한 요구는 너그 럽고 간단해야 한다(其責已也重以周, 其待人也輕以約)'는 한유(韓愈)의 충고에 담긴 지혜를 되새길 때이다. 천안함 장병의 희생과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돌본다면,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과오와 흠결은 너그러이 헤아려 용서해야 한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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