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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아프리카 정확히 그린 조선지도, 조선 태종때 어떻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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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아프리카 정확히 그린 조선지도, 조선 태종때 어떻게 가능했을까

입력
2010.10.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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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 노리코 지음ㆍ김유영 옮김

소와당 발행ㆍ400쪽ㆍ2만5,000원

조선 태종 2년(1402년)에 완성된 ‘혼일강리역대국지도(混一疆理歷代國之圖)’에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의 모양이 거의 정확하게 그려져 있다. 이 지도는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프리카-유라시아 지도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 도착한 때(1488년)보다 80년이나 앞서 제작됐다. 유럽의 대항해시대보다 앞선 시기에 조선에서 어떻게 이런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미야 노리코 일본 교토대 교수는 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원나라 역사 전공 역사학자. 그는 이 지도의 제작과정, 지도에 실린 지리 정보의 연원과 의미를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탐색한다.

‘혼일강리역대국지도’는 현재 교토 류고쿠대학과 나가사키 본광사 등 두 곳에 소장돼 있다. 지도 중앙에는 중국이 크게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에는 조선과 일본, 왼쪽에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가 그려져 있다.

‘혼일강리역대국지도’ 아래쪽에는 중국의 지도를 바탕으로 김사형, 이무, 이회 등이 지도를 제작했다는 조선 초의 문신 권근의 발문이 적혀있다. 이 지도의 기초가 된 것은 원나라 때 지금의 중국 닝보우(寧波) 지역에서 만들어진 승려 청준의 ‘혼일강리도’와 이택민의 ‘성교광피도’. ‘혼일강리역대국지도’는 여기에 조선의 지도와 일본 지도를 독자적으로 추가해 만든 것이다.

저자는 이 두 원형 지도의 내용과 지도를 만든 이들의 삶, 당시의 시대상황 등을 검토해 두 지도가 원나라 즉 몽골제국의 지적 유산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몽골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통치하기 위해 세계지도가 필요했고, 아프리카-유라시아 지도인 ‘천라지리총도’와 함께 500책에 이르는 지리서를 만들었다.

저자는 또 이 두 지도가 조선에 전달됐을 다양한 경로와 ‘혼일강리역대국지도’가 태종의 왕권 강화라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어 ‘혼일강리역대국지도’가 임진왜란이나 조선통신사 등을 통해 일본으로 전래된 경위에 대해서도 추적한다.

수백년 전의 세계적 교류와, 이를 통해 방대한 지리 정보가 한 장의 지도에 담기는 과정을 그려내는 저자의 솜씨가 정교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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