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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끝나지 않은 추락' 경제위기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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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끝나지 않은 추락' 경제위기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입력
2010.10.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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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ㆍ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발행ㆍ584쪽ㆍ2만9,800원

지금 경주에서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렁에 빠진 세계 경제를 건질 방도를 모색하는 자리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이 핫이슈다. 한편 위기의 해법으로 긴축재정안을 발표한 프랑스와 영국은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경제는 잠시 회복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위기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올해 출간한 (원제 ‘Freefall’ㆍ자유낙하) 에서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 경제는 잠시 추락을 멈췄을 뿐”이라며,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한 더블딥(double dipㆍ경기가 살아났다가 다시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비관론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전망은 어둡지만 아직 기회는 열려 있다며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은 현 금융위기의 뿌리를 낱낱이 파헤쳐 세계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무분별한 금융 규제 완화를 위기의 주범으로 보고, 근본적인 처방으로 금융시스템과 세계 금융통화체제의 개혁을 강조한다. 이는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역할과 국제 공조의 확대도 그가 강조하는 바이다.

스티클리츠는 이번 금융위기를 ‘도덕적’ 위기로 본다. 따라서 해법도 도덕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공정한 새 질서다. 그는 시장만능주의에 빠져 공정함을 잃어버린 미국식 자본주의가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하며 공동체와 신뢰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우리는 위험을 봤다. 문제는 우리가 시장과 국가, 개인주의와 공동체, 인간과 자연, 수단과 목적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되찾을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있다”며 “이 책은 사상 투쟁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작 에서 미국 정부와 국제경제기구가 주도하는 지금까지의 세계화를 비판하고, 개발도상국과 빈곤국가들을 옹호해온 지식인답다.

이 책은 치밀한 논리와 뜨거운 열정의 산물이다. 분석은 냉철하고, 비판은 신랄하며, 글은 힘차다.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자본과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IMF, 정치지도자, 주류 경제학자가 모두 비판 대상이다.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도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에서 갑판 위 의자 몇 개를 바꿔놓는 것과 같은 정책”은 무의미하다고 질타한다.

세계 경제위기에 관한 분석과 전망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엄밀함과 명쾌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받았다. 정책결정자는 물론이고 경제학자, 기업인, 투자자들에게 세계경제와 금융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눈이 되어줄 책이다. 더 공정하고 인간적인 세계를 꿈꾸는 스티글리츠의 조언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 만하다. 경제는 결국 삶의 조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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