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회관 정문 앞에서 미녀 일곱 명이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바둑동네에 웬 걸그룹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낯익은 얼굴이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무여회’ 소속 프로기사들이다.
‘무여회’란 ‘무서운 여자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지난 3월에 결성됐다. 당시 여자상비군이 조직되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이 시작되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바둑공부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함께 뭉쳤다고 한다.
정관장배 스타이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인 회장 이민진(26)을 비롯해 김혜민(26ㆍ2007 대리배 준우승) 박소현(22ㆍ2007 마스터즈대회 여자부 우승) 김윤영(21ㆍ2010 여류기성전 우승) 박지연(19ㆍ2010 삼성화재배 16강) 문도원(19) 김혜림(18) 등 요즘 한창 성적을 내고 있는 여자바둑계 맹장들이 다 모였다.
본격적인 바둑공부 모임답게 이들의 일과는 연구생 시절 못지 않게 매우 빡빡하다. 시합이나 다른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반드시 매일 오전 10시에 한국기원 4층 여류기사실로 출근해 저녁 5시까지 바둑공부를 해야 한다. 오전에는 주로 기보연구를 한다. 기보담당 박지연이 선정한 실전보를 각자 연구검토한 후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며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오후에는 연습 대국과 복기, 그리고 사활공부시간이다. 사활담당 문도원이 뽑아온 사활문제 30여개를 한 시간 동안 풀은 뒤 함께 정답을 맞춰 보고 성적 우수자에게는 작은 시상도 한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정상급 남자기사를 초빙해 실전기보 해설을 듣기도 한다. ‘마음 착한’ 박영훈 9단이 가장 많이 수고하고 박정상 원성진도 단골 강사다.
이처럼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회원들 모두 요즘 성적이 부쩍 좋아졌다. 이민진 김윤영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김윤영 박지연이 나란히 여류기성전에서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국내 여자바둑계를 석권해 왔던 루이나이웨이 박지은 조혜연 트로이카체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깨진 것이다. “머지 않아 우리 무여회원들이 바둑계에서 진짜 ‘무서운 여자들’이 될 겁니다.” 맏언니 이민진의 힘찬 다짐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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