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수사 부서인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수사 이후 1년 반 만에 기지개를 켰다. C&그룹 압수수색을 필두로 3,4개 기업이 중수부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말이 나돌면서 재계는 아연 긴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있다. 사실 김 총장은 대형 수사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우선 특별수사 경험이 거의 없다.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법무부 법무실장 등 그의 경력은 수사와는 거리가 먼 보직들로 채워져 있다. 취임 직후“수사 관행을 바꾸겠다”던 그의 발언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KS라인(경기고, 서울대)에 서울 출신으로 승마와 요트를 즐기고 클럽 회원권도 보유하는 등 이미지도 전형적인 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총장이 된 이후에도 효성 봐주기 수사 의혹, 스폰서 검찰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과연 이번 수사를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서 송광수 전 총장을 연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송 전 총장 역시 특별수사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현 대법관) 중수부장을 필두로 한 수사팀을 적절하게 지휘하고 외풍을 막는 역할을 자임해 검찰 사상 최대의 성공작을 이끌어냈다.
김 총장 역시 김홍일 중수부장, 우병우 수사기획관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특수통’들을 수하에 두고 있다. 김 총장이 중심을 잡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다면 수사경험의 유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적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정치권 눈치를 보는 행태를 보인다면 수사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 총장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에게 ‘생사여탈권’을 맡긴 기업들도 한 동안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 됐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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