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고프먼, 댄 조이 지음ㆍ김세미 옮김
텍스트 발행ㆍ568쪽ㆍ1만8,000원
미국의 저명한 문화비평가 켄 고프먼과 댄 조이가 공동집필한 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주류 문화를 거스르는 카운터컬처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라고 설파한다.
카운터컬처란 말은 히피와 반전운동 등으로 점철된 1960년대 사회문화상을 분석한 시어도어 로작의 저서 (The making of a Counter Culture)에서 유래했다. 는 “일정하게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주류 문화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이란 로작의 카운터컬처에 대한 정의를 바탕 삼아, 이런 문화운동이 인류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핀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유대인의 선조 아브라함에서 카운터컬처의 시원을 찾는다. 저자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인류를 위해 불을 훔쳐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는 당대 그리스들에게 가장 큰 죄악이었던 오만함의 상징이 근대 휴머니즘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천착한다. 아브라함의 경우도 성서의 기록보다는 그가 “유대인의 아웃사이더로서의 영구적 역할”을 제시했다거나 자발적 공동체주의를 실현한 혁명가라는 개혁파 랍비들의 재해석에 주목한다. 신화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상징체계라면, 고대 신화의 중심에 자리한 두 인물의 존재는 “카운터컬처적인 충동이 인간 본성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어 스스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가르친 소크라테스부터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를 관통하며 낭만적 사랑을 노래한 음유시인들, 17~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20세기 초 파리의 보헤미안, 68혁명 세대의 거리의 광란, 그리고 오늘날의 해커에 이르기까지 카운터컬처의 장구한 역사를 풀어놓는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동양의 역사에도 눈을 돌려 도교와 선불교, 이슬람의 수피즘을 카운터컬처의 전형으로 소개한 점이다. 각양각색 카운터컬처의 연속성을 가능케 하는 줄기로 문화의 직ㆍ간접 접촉과 더불어 ‘공명’을 들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소크라테스학파와 초기 도교 사상의 놀라운 유사성, 도교를 접한 적 없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초월주의에서 드러나는 도교적 특성 등을 공명의 예로 든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카운터컬처의 근본적 특징으로 개성,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 개인과 사회의 변화 수용 3가지를 든다. 특히 개성과 관련해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완전하게 탐구하고 표현하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막거나 방해하는 문화는 카운터컬처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저자들이 역사에서 가려 뽑은 카운터컬처 사례들이 모두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세계화와 해커 관련 문화를 다룬 책의 마지막 장은 깊이있는 분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한 저자들의 재기 넘치는 문체가 맥을 짚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스스로 카운터컬처적 속성이 강하다고 믿거나 역사를 종횡무진하는 지적 탐험을 즐기는 독자라면 권할 만하지만, 가볍게 읽고 쉽게 고개를 끄덕일 책은 아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