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오빠 믿지'로 논란 중이었다. '오빠 믿지'가 뭐냐며 끼어들자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이 외계인을 보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위해 제작된 어플리케이션(사실 이 말도 그 자리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배운 용어다)에 '오빠 믿지'가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인들끼리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위치정보 공유를 허락하면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 마디 하니 학생들의 눈빛이 이젠 구석기 시대 인류를 보는 듯하다.
학생들 중에 스마트폰의 달인으로 통하는 친구가 예전에는 대충 어디쯤인가를 가르쳐 주었지만, '오빠 믿어'는 위치확인 위성 시스템(GPS)을 이용, 100% 정확하게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라고 한다. 그 어플(이 역시 학생들에게 배운, 어플리케이션의 준말이다)의 이름이 '오빠 믿지'라는 것이 기가 찬 은유라고 감탄하니 이젠 야유가 쏟아진다.
학생들의 논쟁은 그 어플이 인권 침해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오빠를 믿어라'는 편리성을 지지하는 학생과 '오빠 못 믿어'라고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는 학생의 주장이 팽팽했다. 휴대폰으로 거짓말을 하는 시대는 갔다. 구식 휴대폰을 쓰는 우리 시대의 아내들은 적당히 속아줄 것이지만 저 친구들이 결혼할 경우 '오빠 너 죽었어'의 시대가 올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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