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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3년 만에 컴백… 지금까지의 마술은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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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3년 만에 컴백… 지금까지의 마술은 잊으세요"

입력
2010.10.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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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의 아지트는 숨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비게이션에도 너무 잘 나오죠?"

경기 이천, 가을걷이를 마친 황량한 들판에 150평 규모의 컨테이너 창고가 덩그러니 서있다. 3년 만에 컴백하는 마술사 이은결(29)씨의 '원스톱 마술창고'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이 지난 21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이은결 프로젝트'라고 쓰인 입구를 지나면 사무실, 흰 비둘기 등이 사는 새들의 방, 연습실, 마술도구 수리실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부엌과 간이침대가 놓인 숙소도 있어 밤샘 작업에도 무리가 없다. "2시간 풀로 공연할 수 있는 대형 마술 도구를 갖춘 이런 공간은 아시아에서 유일해요. 적게는 8,000만원짜리 도구부터 2억원짜리 헬리콥터까지 여기 다 있죠."

"검은 천으로 덮어놓은 건 절대 들추지 말라"는 주의를 들은 뒤 연습실에 들어서자 역시나 검은 천에 싸인 의문의 도구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마술의 단골 메뉴인, 미녀를 가두고 창살을 꽂기 위한 세트도 보인다. "'다이나믹 스파이커'라고 제가 고안한 디자인이에요. 이외에도 군대에서 많은 도구를 스케치했죠." 그는 여러 장의 그림과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힌 수첩들을 보여줬다. 이런 아이디어를 친형인 이한결(32)씨가 청계천 만물상이나 인터넷을 뒤져 도구로 제작하고, 10여명의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하나의 마술로 탄생시킨다고도 설명했다.

1996년 마술을 시작한 이은결씨는 2006년 국제마술대전(FISM)에서 아시아 최초로 제너럴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왔다. 그가 2007년 입대한 후 국내 마술시장은 답보, 아니 오히려 축소된 형편이다.

그의 컴백작 '이은결의 더 일루젼'은 3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2003년 처음 대형마술에 뛰어든 그는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한다. "화려하고 웅장한 1막은 지금까지 제가 해온 마술의 총결산이라고 보면 돼요. 2막은 마임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환상극으로, 속임수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깝죠. 제가 지향하는 마술이에요." 이를테면 1막에서는 사람을 공중에 뜨게 하는 등 14억원 상당의 마술도구를 총동원한다. 2막의 한 코너인 '아프리카의 꿈'은 그림자를 활용해서 관객들이 실제 아프리카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입대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10일 동안 서커스와 마술 공연을 봤는데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마술사들은 자기 것을 답습하거나 마술을 위한 마술만을 하고 있었죠."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첨단 문물의 영향도 컸다. 그는 "요즘은 누가 방송에서 마술을 하면 다음날 인터넷에 비법이 공개되는 식"이라며 "미래의 마술은 비법보다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나 희망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마술 하면 명절 특집방송만 떠올리는 건, 마술사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마술은 잊으세요. 이은결의 마술은 잃어버린 꿈과 환상을 심어줄 겁니다."

'이은결의 더 일루젼'은 11월 7일~12월 4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쇼에서 디자인과 연출을 담당한 돈 웨인이 연출을 맡았다. (02)501-7888

이천= 글ㆍ사진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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