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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쎈돌 '10전 전승의 꿈' 저격수에 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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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쎈돌 '10전 전승의 꿈' 저격수에 깨지다

입력
2010.10.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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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배 10연승 신화’를 꿈 꿨던 ‘쎈돌’의 야심찬 도전이 불과 2연승에서 그쳤다. 20일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경기 제3국에서 한국팀 1장으로 나선 이세돌이 중국의 ‘준비된 저격수’ 씨에허에게 패해 탈락했다.

이세돌은 제1국에서 왕시, 제2국에서 이야마 유타를 물리쳤으나 제3국에서 지는 바람에 불과 2연승 밖에 거두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로써 세계 최강 이세돌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려던 한국팀의 변칙작전은 불과 1라운드도 못 넘기고 실패로 끝났다.

농심배는 한중일 3국에서 각각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어느 팀 선수가 마지막까지 살아 남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주장급 선수의 대국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량이 떨어지거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먼저 출전하고 강자는 나중에 나오는 게 정석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팀은 항상 초반에 그리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막판에 ‘철의 수문장’ 이창호의 연승에 힘입어 아홉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농심배서 한국팀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뜻밖에 세계 최강 이세돌을 1장으로 내세우는 파격을 단행했다. 이세돌 본인이 1장 출전을 강력히 희망했고 당초 주저하던 김인 단장도 선수단 회의를 거쳐 이를 허락했다고 한다.

이세돌의 1장 출전은 일단 대회 흥행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 19일 열린 전야제 때 한국팀의 1장이 이세돌이라는 사실이 발표되자 중국과 일본 선수단은 물론 대회 관계자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바둑팬 들도 뜻밖의 파격에 놀라워하면서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바둑사이트에서는 과연 이세돌이 1장으로 출전해서 몇 승이나 거둘 지 의견이 분분했고 과거 서봉수가 기록했던 9연승 신화를 넘어 아예 10연승으로 끝내 버리라는 응원 댓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세돌의 1장 출전은 사실 그리 좋은 작전이 아니었다. 연승전이라는 대회 성격상 주장급 선수가 무작정 초반에 출전하는 건 마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다. 앞에서 승수를 많이 쌓아 봤자 본인만 좋을 뿐 팀 전력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주장급 선수는 뒤에 남아서 상대팀 주장급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세돌 정도의 선수가 1장으로 출전했다면 적어도 7~8연승은 해야 계산이 맞는다. 한데 불과 2연승에 그쳤으므로 결과적으로 한국팀은 이번 변칙작전으로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다. 반면 중국팀은 그동안 이세돌과의 맞대결에서 3승1패를 기록해 ‘이세돌의 천적’이라 불렸고 이세돌 스스로도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지목했던 씨에허를 재빨리 저격수로 내세워 대어를 낚았다. 상대방 주장급 선수를 1라운드에서 쓰러뜨렸으니 초반 선수 기용에서도 중국이 한국에 완승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한국팀에는 아직 ‘농심배 수호신’인 이창호를 비롯해 최철한 목진석 박승화가 남아 있으므로 항상 그랬듯이 후반 대역전을 기대해 본다. 농심신라면배 2라운드 경기는 11월29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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