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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ㆍ터키 새 역사 쓸 원전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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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ㆍ터키 새 역사 쓸 원전 협력

입력
2010.10.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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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흑해는 역사와 신화의 보고(寶庫)라 할 만하다.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크림 전쟁(Crimean War)이 흑해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숭고한 박애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나이팅게일이 첫 참전하여 헌신적 간호 활동을 펼친 곳도 바로 흑해이다. 그에 앞서 전설의 여전사 아마존 여인이 살았고,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태어났다.

이 곳 흑해 연안에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 시노페의 이름을 딴 도시 시놉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이 도시에서 한ㆍ·터키 관계에 새로운 역사와 신화를 쓰게 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논의가 시작됐다.

과거 같은 민족이었던 두 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헤어져 살다가, 6.25 전쟁을 계기로 다시 만났다. 그러나 전쟁 이후 서로를 잊고 있다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우정을 되찾았다. 이어 올해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다시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터키는 우리를 혈맹 우방국으로 지칭하면서 천안함 사태 때에도 가장 먼저 우리를 지지했다. 터키 참전용사들은 한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녹슨 철모와 총을 들고 달려가 기꺼이 싸우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다.

최근 터키에서는 한국 붐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 자동차가 프랑스 르노의 아성을 깨고 판매 1위를 차지하였으며, 동서양을 잇는 첫 해저터널인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저터널 건설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잇따른 고위급 방문에 이어 등의 한국 드라마가 터키 국민의 인기를 끌면서 재방영 되고 있다. 또한 지난 주 흑해 도시에서 처음 개최한 한국 음식문화 페스티벌에는 수많은 터키인이 참가하여 양국 국기를 흔들며 한국에 대해 환호하는 등 양국 관계는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한ㆍ터키 우호협력 관계의 발전은 터키 국내 정치가 새로운 변혁을 맞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터키 정부는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과거 서구 위주의 외교 정책에서 중동과 중앙아시아 이웃나라 및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확대를 꾀하는 균형된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터키는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 생동감 넘치는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동서양을 잇는 가교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중개하는 역동적인 외교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터키의 이러한 변화와 발전은 양국간 협력 증진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터키와 한국은 특히 새로운 60년의 우호협력을 향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계기는 바로 원전 건설 협력이 될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터키는 원전 도입을 통해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 수요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 다. 터키가 국가의 미래 성장에 긴요한 원전 사업에서 여러 선진국 경쟁자들을 제쳐두고 한국과 협력하려는 것은 우리의 원전 기술력에 대한 신뢰의 표시이자 진정한 형제적 우호관계를 되새기게 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항구는 평온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늘 항구에 정박하고 있으라고 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한 ㆍ터키 양국은 손을 마주 잡고 새로운 60년을 함께 개척하는 배에 나란히 올라 무한한 기회의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11월 레젭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한국 방문과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국의 오랜 우호협력 관계에 더 넓고 밝은 지평이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굳게 믿는다.

배재현 주 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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