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거기 아이들과 싸움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태권도 관장이신데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 자체가 미국에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인종차별과 텃세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런 건 다 어렸을 때 일이고, 지금은 그들(미국인)이야말로 저의 정말 귀한 친구들입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한미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지난 9일 입국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형모(54ㆍJames Rhee) 미 버지니아주 상무부 차관. 태권도 5단인 그의 아버지는 미국 태권도계의 대부 이준구 사범이다. 이 사범은 미국에 태권도를 정착시킨 유명인사로, 최근 80세 생일파티를 미 국회에서 챙겨줄 정도로 미국에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택했다. 아버지와 다른 방법으로 미국에서 한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기로 한 것이다.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1970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씨는 그곳에서 중ㆍ고교를 졸업했다. 인종차별 등 고생도 고생이지만,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해 신문배달 등 궂은 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낙천적 성격과 활발함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독특했어요. 도장에 다니던 친구들 가운데 발차기는 잘해도 학교 성적표가 B 이상이 아니면 검은띠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 덕에 저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열심히 하니 저도 활발해지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진 거죠."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과 존스홉킨스대 MBA를 마쳤다. 본격적인 비즈니스맨의 길로 나서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태권도장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했어요. 도장을 프랜차이즈화하고, 아버지가 개발한 태권도 보호장구의 특허 및 생산도 책임져야 했죠. 그런 일들이 저의 첫 비즈니스 실무였던 셈이죠."
이후 그는 연방정부의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컨설팅을 주로 해왔고, 지난 3월 차관에 임명됐다. 차관으로서 처음 찾은 고국에서도 그는 에너지분야사업에서 한국의 기술과 미국의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획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22일에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세계적인 태양광재생에너지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주)SDN을 방문해 향후 공동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는 차관 재임기간 내 미 버지니아주에 한국기업이 진출해 협력공장을 세우도록 하는 게 목표다. 차관직에 별도 임명기간이 없어 하루하루가 더욱 절실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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