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82) 상무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가 점차 비리의 핵심으로 다가서고 있다.
검찰은 앞서 이 상무의 최측근으로 20년 이상 태광그룹에서 자금관리를 해온 박명석(61) 대한화섬 사장 등 재무 관련 임직원 3,4명을 소환,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출처, 사용처 등을 조사했다. 이 상무의 주변 인물에 이어 비자금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 상무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검찰은 이 상무가 고 이임용 선대회장 시절부터 그룹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오래 전부터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총괄 지휘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태광그룹 내에서 '왕(王)상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상무는 현재 팔순의 고령에도 그룹 본사의 세세한 매출까지 챙길 정도로 실세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상무가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회사 내부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 상무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상무가 자택에서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한 만큼, 최고 기밀에 속하는 비자금의 핵심 자료가 이씨의 장충동 자택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의혹의 전모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데다 압수수색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져 이 상무측이 관련자료를 빼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6시간 동안 1박스 분량의 자료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1961년 창업주인 남편 이임용 전 회장과 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을 일으켰다. 이후 태광산업이 동양합섬과 대한화섬 등을 인수하면서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이 상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무자료' 계약을 통해 회계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막대한 현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이렇게 조성된 부외자금을 태광산업 차명주식과 부동산, 무기명 채권 등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그룹측은 그러나 이 상무가 관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비자금이 아니라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창업주인 남편에게 초기 사업밑천을 대주기도 했던 이 상무가 기업들을 상대로 급전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불려온 개인재산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그 동안 확보한 증거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태광의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성패는 팔순 노인이 보유한 천문학적 자금의 성격 여하에 달린 형국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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