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1일 C&그룹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약 1년6개월 만에 기업비리 수사를 재개하면서, 그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 및 재계에선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C&그룹 수사는 신호탄에 불과하고, 이어 본격적인 대기업ㆍ정치권 사정수사가 시작될 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그룹의 경우 C&우방 등 그룹의 주요계열사가 지난해 워크아웃 무산으로 증시에서 상장폐지되고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등 사실상 파산상태여서 중수부의 수사재개 첫 작품으로는 다소 격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밝힌 대로 중수부가 장기간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몸풀기' 차원에서 비교적 손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사건을 고른 것으로 검찰 주변에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전에도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한동안 휴지기를 가졌던 중수부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벌이기 전인 2005년 말 경기 오포지역 아파트개발 관련 비리 수사에 먼저 착수한 적이 있다"면서 "C&그룹의 경우 2006년 '김재록 사건' 수사 때 축적해놓은 자료가 많고 최근에도 새로운 범죄첩보가 확보돼 비교적 빨리 분명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2006년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로비의혹 수사 당시 임병석 C&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검찰 수사가 C&그룹에 그치지 않고 곧 2차 수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과 관련, 검찰 안팎에선 다음 수사대상으로 대기업 3, 4곳과 정치인 여러 명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S기업은 총수가 역외펀드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C기업은 검찰수사를 한번 거쳤지만 채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비자금 조성의혹이 있어 중수부가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기업은 현 정권 들어 서울과 충청지역에 대규모 타운조성과 관련한 특혜의혹과 함께, 최근 일자리 나누기 등 정부시책에 전혀 동참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청와대에 수사를 촉구하는 제보가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형 비리'가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 대검 중수부의 성격상 결국 수사의 최종 목적지는 정치권이 될 전망이다. 김 총장이 18일 대검 국감에서 "검찰의 관심은 항상 비자금에 있다"고 강조한 것도, 결국 중수부가 기업수사를 통해 부패한 권력을 솎아내는 데 집중할 거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을 견제하고 내부도 단속해 레임덕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정권 차원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C&그룹 수사와 관련해 현역 야당의원 P씨, L씨, 또다른 P씨 등 서너 명과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계와 재계에 영향력이 큰 L씨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서울서부지검이 수사 중인 한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모 실세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이번 수사에 앞서 일선 검찰청에 배치했던 검사 25명과 수사관 20명 등 '예비군'을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경 지검에서 진행 중인 한화그룹, 태광그룹, 대우조선해양(임천공업), 신한은행 등의 비리수사와 함께 중수부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정ㆍ재계에 매서운 사정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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