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하던 여야 의원들이 떨고 있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자 여의도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결국 사정(司正)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경험론적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이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에 이어 C&그룹에 대한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하자 정치권의 술렁임은 한층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1일 "의도적으로 정치권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은 많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여야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다양한 형태의 의혹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설(說)' 차원이지만 말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당장 C&그룹과 관련해 야당의 A 중진의원이 연관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또 검찰의 수사가 결국에는 야당의 다른 유력 B 중진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그럴싸한 관측도 나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 대검 중수부가 사정 정국을 이끌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태광이 케이블방송 권역 확장을 위해 정치권과 관계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에서도 여야는 공히 긴장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 로비의 손길이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와 전임 정부의 실세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 재선인 C의원은 6ㆍ2 지방선거 출마 후보에게서 공천 헌금을 받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설도 있다.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의 측근은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나라당 초선 D의원의 보좌진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중인 경기 고양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야 정치인들의 연루설이 퍼지고 있다. 아울러 야권의 유력 정치인 E씨가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권의 사정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정사회론'과 맞물려 진행될 사정 태풍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팽배하다. 일부에서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 방지 차원에서 사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정 정국'이라 부를 만큼 의도적이고 광범위한 사정이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검찰의 핵심 부서인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시작한 만큼 정치권이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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