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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불시에 만나는 시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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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불시에 만나는 시인들이 있다

입력
2010.10.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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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회의 정체가 밝혀지고 말았다. 포항의 권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모임을 공개해버렸다. 불시에 회가 만들어진 것은 4년 전이다. 동해남부선 열차가 다니는 지역의 몇몇 시인들이 모였다. 첫 모임이 불시(不時)에 경북 영덕 바닷가에서 있었는데 그래서 이름이 불시에 회가 되었다.

이 모임은 회장도 없고 회원도 없다. 회칙도 없고 정해진 회비도 없다. 다만 누군가가 예고 없이 불시에 모임을 통보하면 오는 사람이 회원이고 먹고 자는 경비는 주머니 사정 따라 내면 된다. 발족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지난주 모임까지 3번의 '비밀결사'가 있었다. 권 시인이 장소 담당이다.

영덕, 구룡포에 이어 죽장으로 정해졌다. 주소와 전화번호만 들고 그 산골짜기까지 8명의 시인이 모였다. 시인들이라 시를 이야기하며 모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 번째 모임은 '영덕 대게'였고, 두 번째 모임은 '구룡포 과메기'였고, 이번 모임의 주제는 '송이버섯'이었다. 즉 시인들의 '먹자' 모임인 것이다.

영주의 박 시인이 송이를, 김 시인이 보이차를 준비해왔다. 송이와 차 향이 향기로운 밤, 그런데 그 깊은 산골 우리가 숨어든 민박집에서 달이 좋아 달구경 나왔다는 포항의 아동문학가 김, 시인 하, 두 분을 만날 줄이야! 그렇게 불시에 회의 정체가 탄로 났지만 불시에 만난다는 은밀한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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