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1855~1895)의 사진. 교과서 등에 실려 잘 알려진 이 사진은 그동안 전봉준이 전북 순창에서 체포(1894년 12월 2일)돼 서울로 압송당하는 모습, 재판 과정에서 찍힌 모습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었으나 정확한 촬영 일시와 장소, 촬영자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문자 일본 나라여자대 교수는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 이 사진은 무라카미 텐신이라는 일본 사진작가가 1895년 2월 27일 전봉준이 서울의 일본영사관 구내에서 법무아문으로 인도되는 장면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명성황후와 관련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이 사진의 촬영 경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중에 일제의 통감부 소속 사진사로 일하기도 한 무라카미는 일본 신문기자들을 동행했다가 우치다 당시 일본 영사의 사전 허가를 얻어 전봉준을 촬영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사진 속의 장면은 이후 3월 12일자 오사카매일신문에 ‘압송당하는 전봉준 장군’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과 동일한 구도의 삽화와 무라카미의 촬영 경위가 게재됐고, 5월 10일 도쿄에서 발행된 ‘전국사진화보’라는 사진집에 ‘동학당 수령 전녹두 및 조선 순사’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공개됐다.
전봉준은 4월 24일 교수형을 당했다. 이 사진의 촬영 일시와 장소가 김 교수의 확인대로라면, 전봉준이 사망하기 2개월여 전의 모습인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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