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피우고 그릴 위에서 구워먹는 바비큐는 절반이 분위기 맛이다. 요리솜씨가 없어도, 경험이 없어도 상관없다. 신선한 바깥 바람을 쐬며 즉석에서 구워먹는 그 맛은 모든 것을 덮고도 남는다. 바비큐 마니아라면 더위와 추위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 단풍이 절정인 요즘은 최고의 바비큐 철이다. 몇 가지 장비만 챙긴다면 이번 주말 잊을 수 없는 가족 만찬을 만들 수 있다. 아빠들이여, 불을 피워라. 야외에서 요리는 남자의 몫이다. 매운 연기를 조금 맡더라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찬사는 떼 논 당상이다.
그릴과 숯 준비하기
바비큐 카페(cafe.daum.net/bbqmania)를 운영하는 바비큐 전도사이자 (살림 발행)의 저자인 김계완씨는 “바비큐는 요리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지만 야외에서 즐기는 그 맛은 어느 최고급 요리보다 맛있다”고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선풍기로 연기 날려가며 바비큐를 감행하는 골수 동호회원도 있을 정도다.
요리솜씨는 필요 없으되 장비는 갖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릴. 대형할인점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몰, 바비큐 전문 온라인 몰 등에 수만원부터 수백만원대의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보통 할인점에서는 숯을 담는 용기 위에 석쇠를 얹고 다리가 달린 수만원대의 그릴을 판다. 뚜껑이 없는 이 그릴은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굽기는 어려워 직화구이용이다. 솥단지 모양의, 둥근 뚜껑이 달린 케틀형 그릴은 전문 몰에서 10만~20만원대로 살 수 있다. 직화구이 뿐 아니라 낮은 온도(섭씨 100~110도)에 고기를 덩어리째 올려 수시간씩 익혀 먹는 정통 바비큐에 도전하고 싶다면 케틀형 그릴을 사두는 것이 좋다.
숯도 종류가 많지만 참숯이 가장 대중적이다. 높은 온도를 내므로 직화구이에 좋다. 바비큐 전문 몰에는 브리켓이라는 바비큐 전용 숯을 파는데 참숯보다 온도는 낮지만 오래 가고 훈연 효과가 있어 덩어리고기 바비큐에 적합하다.
여기에 그릴 닦는 브러시, 고기덩어리 내부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 집게 등만 있으면 제법 바비큐 전문가처럼 보일 것이다. 온도계는 전문 몰이나 제과용품점에서 값싸게 살 수 있다.
바비큐 재료준비와 굽기
바비큐는 천의 얼굴을 가진 요리와 같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초보자라면 질긴 국거리용 양지머리나 부서지기 쉬운 생선은 피해야 할 재료.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오히려 해볼만한 도전 대상이다. 김계완씨는 “양지를 오래 끓이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낮은 온도에서 6~12시간 정도 익히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고기다”고 말한다. 단 오랜 시간 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소스를 바르는 정성이 필요하다.
11월 1일부터 호텔 내 캠핑존에서 흑돼지오겹살 전복 등을 직접 구워먹는 바비큐메뉴(6만5,000원)를 판매하는 제주신라의 이창열 총주방장은 숙련도에 무관하게 바비큐에 적당한 고기로 소고기의 갈비 등심 채끝, 돼지고기의 갈비 삼겹살 목살, 낙지 오징어 쭈꾸미 새우 전복 장어 등 해산물을 추천한다. 육류를 도톰하게 썰어 소금 후추를 뿌려가며 직화로 구워먹기만 해도 좋다. 바비큐는 언제나 그릴이 충분히 달궈진 후 고기를 올려야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
덩어리 바비큐용으로는 통삼겹살이 필수종목이랄 수 있는 만만한 부위다. 기름이 많아 오래 구워도 표면이 마르지 않고 두께가 일정해 고루 익기 때문이다. 통닭 닭다리 돼지갈비도 해볼 만하다. 김계완씨는 “숯을 절반만 채우고 숯 없는 곳에 고기를 올린 뒤 뚜껑을 덮어 대류하는 열로 익히면 타지 않게 익힐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덩어리고기의 속까지 익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온도계를 깊이 찔러보아서 내부온도를 확인해야 한다. 잘 익혀 먹어야 하는 돼지고기는 섭씨 72~75도, 닭고기는 섭씨 82도면 익은 것이다. 온도계가 없다면 전통의 방법, 젓가락이 있다. 속까지 쑥 들어가고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익은 것이다.
즐길수록 빠져드는 바비큐의 묘미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허브나 스파이스, 훈연재 등을 넣어 고기에 향을 입히는 것. 이창열 총주방장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훈연재는 참나무 떡갈나무 벚나무 등이고, 소나무와 삼나무 같은 침엽수는 송진이 많아 좋지 않다”며 “예전엔 톱밥 형태의 훈연재를 많이 썼지만 최근 수입되는 톱밥은 질이 낮다”고 귀띔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도전해 볼만한 바비큐 조리법
소금과 후추를 뿌린 삼겹살구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바비큐에 도전해 보자. 제주신라호텔의 이창열 총주방장이 몇 가지 어렵지 않은 바비큐 메뉴를 소개했다.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팁도 곁들였다. 그릴의 온도를 어림잡기 위해서는 석쇠 10㎝ 위에 손바닥을 대본다. 2, 3초 정도를 견딜 수 있으면 섭씨 230~250도 정도이고, 4, 5초를 견딘다면 200도, 6~8초면 160~180도, 9, 10초면 150도, 11~14초면 110~120도 정도다.
◆훈제 통닭 바비큐
통닭, 천일염, 후추, 허브, 올리브오일, 참나무(훈연재)
1. 닭을 손질해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닭에 천일염 후추 허브 올리브오일을 발라 냉장고에서 12시간 재운다.
3. 그릴 밑불에 훈연재를 넣고 250도에서 1시간30분 동안 구워 낸다. 이 때 30분 간격으로 열어보고 타는 곳은 없는지, 색깔이 고른지 확인하고, 돌려가면서 골고루 익도록 한다.
★이창열 셰프의 조언: 12시간 숙성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제염은 맛이 짜므로 반드시 천일염을 사용한다.
◆광둥식 등갈비 바비큐
돼지 등갈비
달걀 18개, 배 1개 간 것, 양파 2개, 대파 10줄기, 편생강 150g, 편마늘 150g, 오향분 120g, 설탕 600g, 소금 180g, 소홍주 반 병
물엿 1kg, 기꼬망 오이시이 간장 100g
1. 돼지 등갈비를 흐르는 물에 3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완전히 뺀다.
2. 마리네이드 재료를 너무 곱지 않게 갈아 잘 섞는다
3. 돼지갈비를 2의 재료에 넣어 12시간 정도 냉장 숙성시킨다.
4. 180도의 그릴 위에 돼지갈비를 45분간 굽는다.
5. 윤기 재료를 발라 10~12분 더 굽는다
★이창열 셰프의 조언: 마리네이드 재료 중 하나인 오향분은 산초 팔각 회향 정향 계피의 5가지가 혼합된 중국의 대표적인 향신료로 중국식 돼지갈비맛을 낼 수 있다.
◆타이소스 새우구이
왕새우 10마리
스위트 칠리소스 200㎖, 코코넛 크림 100㎖, 커리 파우더 5g, 다진 건고추 조금, 다진 고수 조금, 정종 약간
1. 새우는 꼬리만 남기고 머리 껍질 내장을 제거하고 등에 칼집을 넣는다
3. 소스 재료를 섞어 30분간 새우를 재워둔다
4. 팬에 새우와 양념을 자작하게 부어 센 불로 단시간에 굽는다
★이창열 셰프의 조언: 새우는 아무 양념 없이 철판 위에 구워먹어도 맛있다. 해산물은 익으면 바로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를 올리기 전 석쇠에 식초를 바르면 잘 눌어붙지 않는다.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