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찾았습니다. 단풍을 맞으러 간 길입니다. 출발하기 전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더니 외설악과 남설악은 아직 이르다며 인제쪽 고도가 높은 장수대의 대승폭포와 십이선녀탕을 추천하더군요.
고속도로가 이어지고 국도도 반듯이 펴지면서 설악산이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3시간도 안돼 산기슭에 다다랐습니다. 한계령을 오르는 길가엔 아직 푸르름이 짙었습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나뭇잎들의 색이 흐릿해지더니 노랗고 붉은 색들의 변주가 시작됐습니다.
장수대 통제소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계단으로 이어진 산길. 한 걸음 한 걸음에 눈높이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셀로판지를 통과한 것 같은 빛이 숲길을 비추었습니다. 노랗고 빨간 잎에 투과된 빛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텔의 야릇한 수면등의 불빛도 닮았고, 나이트클럽의 화려한 조명과도 비슷합니다. 그래서인가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표정이 저만 상기된 건 아니었습니다. 주위의 산행객들 모두 화사한 단풍의 풍광에 함께 즐거워합니다.
제법 숲길을 올랐다 싶더니 하늘이 열렸고 뒤돌아 보니 한계령 고개 주변의 산세가 한 눈에 펼쳐집니다. 이제 막 색이 곱게 들기 시작한 산자락입니다. 기암의 봉우리는 그 빼어난 생김새로, 나무들은 물든 단풍색으로 서로를 뽐내고 있습니다.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얼추 단풍의 감흥으로부터 스스로를 추스르기 시작할 무렵 주위 분들의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단풍 산행길엔 유독 나이 든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승폭포 주변도 그랬고 십이선녀탕 주변도 그랬습니다. 제법 오르막이 심한 길인데도 단풍의 기운을 빌어 힘겹게 걸음을 옮기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많았습니다.
대승폭포 전망대에 계신 어르신께 “백수하시겠어요”라고 추켜세우자 “백수만 하면 어떡하냐”며 핀잔을 주시더군요. 그분은 “의사가 퇴행성 관절염이라 산행을 자제하라 했지만 설악의 단풍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냐” 했습니다. 옛날 처녀시절 설악을 탔었다던 한 아주머니가 당시의 종주 기억을 떠올릴 땐 얼굴에 붉은 단풍이 물들었고, 단풍나무 속에 파묻혀 사진을 찍는 다른 아주머니는 수학여행 나온 여고생마냥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꽃구경 눈구경 등 계절마다 여행의 테마가 달라집니다. 이 중 단풍여행에 가장 걸맞은 여행객은 장년층 이상의 연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정의 여름을 보내고 다시 봄꽃 만큼이나 화려한 색으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단풍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덧없다 쓸쓸하다 느낄지 모를 인생의 황혼이 사실은 이만큼 아름답고 화사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단풍이 그 빛으로 이미 알려주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처럼 가슴 속 깊은 곳까지 감동의 열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기쁜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거겠죠.
올 가을 유난히 단풍이 곱다고 합니다. 어서 채비하시고 단풍 구경을 떠나세요. 지나온 내 인생이 얼마나 화사하게 물들었는지. 지금의 내 삶이 또 얼마나 곱게 물들고 있는지 단풍이 대신 이야기 해줄 겁니다.
설악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단풍 캘린더 확인하세요
“오매 단풍 들겄네.”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됐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단풍이 내설악과 오대산의 상원사 두로령을 물들이더니 이젠 외설악과 남설악으로 짙붉은 물감을 뿌려댄다.
작년의 말라비틀어졌던 단풍과 달리 올해의 단풍은 색이 곱다고 한다. 단풍의 색은 일기에 민감하다. 일단 물을 좋아하는 단풍나무의 특성상 수분이 충분해야 한다. 일교차가 큰 곳의 과일이 당도가 높은 것처럼 단풍도 적정 수준의 일교차가 있어야 그 색이 곱게 물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건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을 떨구게 하는 냉해를 피해야 한다. 올해의 단풍은 이들 조건 모두를 충족하고 있어 색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단풍의 절정기는 이번 주말부터다. 설악산의 천불동 등 외설악과 주전골 흘림골 등 남설악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 절정을 보일 것이다. 오대산 두로령은 이미 낙엽이 지기 시작했지만 소금강 등 고도가 낮은 곳은 이번 주말부터 화사한 색을 뽐낼 것이다. 설악산과 오대산에 이어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등이 22일부터 11월 1, 2일까지 절정의 단풍에 빠져들고 그 뒤를 지리산(25일~11월 3일), 덕유산(29일~11월 7일), 주왕산(29일~11월 7일) 등이 잇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서울 북한산 단풍은 28일부터 11월 6일까지가 절정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남하한 단풍은 가야산(30일~11월 8일), 내장산(11월 2~11일), 월출산(11월 7~16일)으로 번져간다.
북에서부터 시작한 단풍은 근 한달간 한반도를 훑고 내려간다. 주말 여행계획을 세워보고 자신의 일정에 맞는 곳을 찾아 단풍 여행을 떠나보자. 2010년 가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이성원기자
● 국립공원 2010 단풍 캘린더(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 10월 16일~25일
오대산 10월 21일~11월 4일
속리산 10월 22일~10월 31일
월악산 10월 23일~11월 1일
소백산 10월 23일~11월 2일
지리산 10월 25일~11월 3일
덕유산 10월 29일~11월 7일
주왕산 10월 29일~11월 7일
계룡산 10월 27일~11월 5일
북한산 10월 28일~11월 6일
가야산 10월 30일~11월 8일
내장산 11월 2일~11월 11일
변산 11월 4일~11월 13일
월출산 11월 7일~11월 16일
한라산 11월 3일~11월 13일
■ 가야산 , 불꽃같은 기암들도 단풍 구경 나왔네
우리나라 삼보(三寶)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 예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손꼽혀온 경승지다. 거칠게 솟은 기암들로 가득한 산세는 마치 불꽃이 피어난듯한 모습이다. 그런 기암과 어우러진 가야산에 단풍이 들어 산자락 전체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한다.
가야산 등산로는 크게 2가지다. 백운동지구서 시작해 만물상 서성재를 거쳐 주봉인 상왕봉(1,430m)에 올랐다가 해인사로 내려오는 5~6시간 소요되는 코스와 해인사지구의 해인사관광호텔 옆 돼지골로 올라 남산제일봉(1,010m)을 찍고 청량사로 내려오는 3~4시간 코스다. 최근엔 백운동지구서 시작하는 만물상 상왕봉 코스로만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남산제일봉을 선택했다. 단풍도 좋지만 인파에 시달려가며 고생할 필요는 없을 터. 호젓한 분위기에서 가야산의 단풍을 만끽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널찍한 돌길이다. 둥글둥글해진 바닥의 돌들. 길의 역사가 짧지 않음을 알려준다. 마차도 한 대 지날 만큼 길은 넓었고 평평했다. 길섶 시누댓잎이 서걱서걱 마르고 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서도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파르르 떠는 이파리에선 냉기가 번져온다. 바람이 차다. 평평한 산길 지나는 이도 없다. 혼자 가을을 곱씹는다. 돼지골의 가을은 호젓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계단길을 오르니 하늘이 열렸다. 나무 사이로 건너편 가야산 주봉 능선이 펼쳐졌다. 곱디 고운 남산제일봉의 속살을 벗어나자 저멀리 가야산이 실체를 드러냈다. 삐죽삐죽 솟은 바위산이다. 탑 같은 바위들이 불쑥불쑥 솟은 산자락에 단풍이 내려앉고 있다. 이제 막 빨갛게 불이 붙기 시작했다. 대가람 해인사와 해인사에 딸린 여러 암자들이 옹기종기 그 단풍 속에 들어앉았다. 그 위로 두리봉 상왕봉 칠불봉 등의 산너울이 펼쳐졌다.
남산제일봉의 기암 능선은 갈짓자로 휘돌아 내려간다. 기암의 촉수들은 꼿꼿하게 하늘을 찔렀다. 기암의 능선 너머론 노랗게 익은 논들이 층층의 계단을 이뤘다. 물을 가득 담은 저수지에도 정한 가을이 빠져들었다.
남산제일봉의 꼭대기. 까마귀 서너 마리가 창공을 가른다. 이 봉우리의 주인은 너희 인간이 아니라 자신들이라는 듯, 붉은 단풍 위로 검은 날갯짓을 해댄다. 자신의 영공임을 시위한다.
가야산이 해인사를 품었다면 남산제일봉은 그 가야산을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산이다. 해인사에서 봤을 때 남쪽에 제일 높은 봉우리란 뜻의 남산제일봉은 이외에도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천개의 불상이 서있는 것 같다고 해서 천불산이라고 불리고, 기암들이 꽃처럼 아름다워서인지 매화산이라고도 불린다.
남산제일봉에는 불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조선시대에 해인사는 7차례의 큰 화재를 겪었다. 풍수하는 이들은 불꽃처럼 솟은 남산제일봉의 산세가 불을 닮았고 그 불기운이 날아들어 불이 났다고 했다. 절에선 화기를 누르기 위해 남산제일봉 정상에 매년 단오날 소금단지를 묻기 시작했다. 소금은 바다이고 물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단오날을 택한 이유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센 날이기 때문이다.
이젠 그 남산제일봉 기암의 능선 속으로 들어간다. 철계단을 내려가는 데 그 경사가 아찔하다. 바람도 거셌다. 철봉을 쥔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성철 스님을 비롯한 많은 고승들이 바로 이 남산제일봉을 바라보며 정진했으리라. 오르락 내리락 그 기암의 능선에 몸을 맡긴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깎아지른 벼랑엔 수직의 계단을 이용해 타고 내려갔다 또 올라야 한다. 주변의 풍경도 가만 놔두질 않는다. 경사는 아찔, 풍경은 아득했다. 한참을 등에 땀을 빼며 오르락내리락하고서야 능선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숲에 들어섰다. 이젠 몸으로 맞던 바람도 나무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로만 느낀다. 칼능선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숲길을 한참을 내려가니 산길은 작은 사찰과 닿았다. 최치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청량사다. 9세기에 지어진 곳이다. 가야산은 신라 때 학자인 최치원과 인연이 깊다. 그는 세파에 지친 육신을 누일 은둔지로 가야산을 선택했다. 가야산에 헤진 갓과 신발만 남겨두고 산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신선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청량사는 최치원이 즐겨 찾던 사찰이다. 이곳의 석등과 석탑, 석불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가야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나만의 단풍 추억 어디서 새길까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내장산 등은 단풍명소로 이름난 국립공원들이다. 공인될만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난 곳들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단풍을 감상하러 떠난 길, 인파에 치여 짜증만 내다 돌아올 수도 있다.
덜 알려진, 하지만 단풍 풍경만큼은 뒤지지 않는 곳들을 소개한다. 호젓하게 단풍을 만끽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곳들이다. 2010 나만의 단풍 추억을 깊이 가슴에 새겨 넣을 수 있는 곳들이다.
강원 양양 구룡령 옛길
구룡령은 설악과 오대산의 허리를 넘는 고개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56번 국도가 지난다. 구룡령 한쪽 자락에 옛길이 숨어있다. 일제에 의해 신작로가 뚫리기 전, 수백년 넘게 옛사람들이 넘나들었고 등짐을 진 조랑말과 혼인 가마가 넘었던 좁은 오솔길, ‘구룡령옛길’이다.
백두대간 그 험한 지형, 급경사의 비탈에 놓여졌음에도 길은 한없이 원만해 오르내리는데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구룡령(56번국도) 정상 휴게소 건너편 도로변의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면 ‘조침령 21km(10시간)’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 산길은 백두대간 등산로다. 30분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구룡령옛길 정상’이란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갈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구룡령옛길이다. 구룡령 정상에서 마을까지 내려오는데 1시간30분~2시간 가량 걸린다. 갈천마을의 갈천약수는 근방의 불바라기, 방동, 개인약수에 못지 않는 효험을 지닌 물이다.
경북 봉화 백천계곡
계곡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백두대간 자락 부쇠봉 진대봉 청옥산 두리봉 문수봉 조록바위봉 등에서 고아낸 물이 한데 모여 이룬 15km 길이의 계곡으로 낙동강의 최상류 지류 중 하나다.
백천계곡의 주인은 어른 팔뚝만한 열목어(熱目魚)라는 청정물고기. 그들의 터전에선 수온이 한여름에도 20도 이상 올라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계곡은 햇빛이 물에 닿지 않게 나무가 우거져야 한다.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이 그런 곳이다.
천연기념물이다 보니 다른 계곡과 달리 이곳에선 야영, 취사, 물놀이가 금지됐다. 덕분에 지금의 청정 계곡이 유지될 수 있었다. 열목어가 마음 놓고 살수 있는 이곳에는 수달도, 고라니도 지천이다. 백천계곡 길을 타고 계속 산속으로 오르면 태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만난다. 문수봉, 부쇠봉을 거쳐 태백산 천제단에 오를 수 있다.
강원 정선 화암 소금강
화암은 말 그대로 꽃바위다. 금강산에 필적할 아름다움을 지녔다 해서 소금강이라고도 일컫는다. 화암면 화암1리의 424번 지방도와 421번 지방도의 분기점에 솟은 화표주에서 몰운1리의 몰운대까지 4km 되는 길가가 그곳이다.
소금강을 감상하는 방법은 2가지다. 드라이브가 손쉽게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면 소금강을 내려다 보며 걷는 화암약수-몰운대 등산로는 곰곰이 풍경을 곱씹게 한다.
화암약수 주차장에서 이어진 좁은 오솔길이 화암 트레킹 코스(8km)의 시작이다. 솔밭쉼터, 금강대, 설암, 신선대, 비선대 등의 절경이 이어진다. 설암이나 신선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아찔할 만큼 황홀하다. 수직으로 솟은 기암과 돌단풍이 어우러지고 계곡물과 함께 휘도는 찻길까지 화암의 풍경을 완성한다. 숲길이 끝나는 곳은 한치마을이다. 마을을 끼고 돌면 소금강의 마지막인 몰운대로 이어진다. 천변에 수직으로 솟은 기암절벽으로 구름도 쉬어간다는 경승지다. 깎아 세운듯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린 노송과 진한 색이 번진 단풍이 고운 곳이다.
경북 울진 덕구계곡
덕구계곡이 자리한 곳은 울진국 북면 해발 999m의 응봉산 자락이다. 덕구계곡의 입구는 덕구온천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온천물이 솟아오르는 원탕까지 약 4km 가량은 초보 산행꾼도 큰 힘 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도록 평탄하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내친김에 정상까지 가겠다면 원탕에서 계곡 건너편 산길로 접어들어 2시간 가량 오르면 된다.
벽산콘도 옆으로 시작되는 산행길 초입,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닮았다. 이 계곡에 놓여졌던 옛 다리들이 큰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간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교량을 흉내낸 다리 12개가 2003년 말에 새로 놓여졌다.
짙은 초록의 터널을 뚫고 20여분 오르면 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용소폭포다. 용이 되기를 수백 년 기다린 이무기가 산신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곳이다. 이무기가 훑고 간 굽이치는 소와 폭포가 절경이다. 폭포 위에 놓인 크네이다리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계곡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황홀해지는 풍경에 취해 꿈꾸듯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물이 뿜어져 나오는 원탕에 이른다. 계곡 위로 분수처럼 솟는 용출 온천이다.
전남 순천 굴목이재
조계산의 산길로 대찰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고갯길이다. 선암사 부도탑을 지나 조금 오르면 호젓한 숲길이 시작된다. 깊은 숲은 새들의 천국이다. 얼마 안가 조계산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이 나타난다. 이곳의 울울창창한 편백나무숲이 장관이다. 편백숲을 벗어나면 화사한 단풍 터널이 이어진다. 굴목이재 중간엔 산행의 허기를 달래줄 반가운 보리밥집을 만난다. 조계산을 타는 게 이 보리밥을 먹기 위해서라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름난 굴목이재의 보리밥집이다. 동그란 양은 쟁반에 각종 나물과 채소가 가득한 밥상이 차려졌다. 곰삭은 김치와 고소한 나물, 싱싱한 야채 하나하나가 맛나다. 큰 그릇에 한데 몰아 넣고 참기름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먹는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이르는 굴목이재 길 길이는 6.7km. 보리밥집에서의 점심식사 등을 포함해 넉넉히 5시간은 잡아야 한다. 절을 둘러보려면 한두 시간 더 잡아야 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국립공원 트레킹 팁
오색찬란한 단풍을 보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다. 전국 유명산은 등산로뿐 아니라 주변의 둘레길까지 가을을 느끼고 싶은 등산객들로 연일 만원이다.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등산화나 옷을 고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을맞이 연례행사로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도대체 어떤 등산화를 골라야 하느냐’다.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는 너무 무거운 느낌이고 그래도 산길인데 운동화를 신자니 불안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다목적 신발을 내놓고 있다.
기능성 다목적 슈즈는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둘레길, 올레길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외형은 러닝화처럼 가볍게 디자인되었으며, 바닥은 하이킹도 할 수 있도록 견고하게 처리되었고 동시에 워킹화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제품으로 워킹부터 러닝, 가벼운 하이킹까지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다목적 신발이다. 도움말 노스페이스
● 여행수첩
서울에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고령JC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 합천IC에서 들어오는 방법이 있고,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IC에서 나와 33번, 59번 국도를 갈아타고 가야산에 이를 수도 있다.
남산제일봉으로 향할 때 해인사관광호텔서 오르는 길은 평탄한 반면, 청량사에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승용차를 해인사관광호텔이나 청량사통제소에 두고 산행을 한 뒤 다시 차있는 곳까지 가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1만3,000원 정도 나온다. 해인사 개인택시 (055)934-1181. 가야산 국립공원 사무소 (055)930-8000, 8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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