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 빈부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보편적 복지와 이를 구별하는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선별적 복지가 원칙이지만,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구분하는 데 과다한 행정비용이 예상될 경우 보편적 복지를 허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김 총리가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과잉 복지'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한 대목은 유감이다.
부자들에게도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이 국가재정 낭비라는 지적은 틀리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 속에 3,300여억원씩 무임승차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김 총리는 무임승차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노인의 70%에 대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면서 매월 1만2,000원씩 주던 별도의 교통수당을 없앴다. 시내버스 무료탑승이 사라진 이유다. 반면 지하철이 1984년부터 무임승차를 허용했던 이유는 공공시설 이용에 대한 정부의 보편적 복지 차원이었다. 특히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의 대부분은 기초노령연금 대상인 '70%의 노인'에 해당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부자 노인'은 보편적 복지의 손실 차원에서 무시해도 될 만한 소수다.
그러나 지하철 무임승차와 함께 김 총리가 언급한 '과잉 복지' 문제는 그것이 보편적이든 선별적이든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불필요한 사람에게, 혹은 중복으로 전달되는 각종 복지수당은 조정을 거쳐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베풀어야 하느냐의 문제도 국민적 공감대를 모색해야 한다.
행정적 비용이 들더라도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거나 법치와 복지, 정치가 뒤섞이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총리의 지적은 당연히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 총리의 발언을 입맛대로 해석해 비난하거나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우리 복지정책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복지문제로 큰 갈등과 혼란을 겪는 것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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