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끝나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듯한 ‘스폰서 국감 ’, 국정 감사장을 마치 공연 무대로 여기는 듯한 ‘극장 국감’이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의 지나친 자료 요구와 피감 기관 과다 선정, 피감 기관의 자료 미제출과 질의서 사전입수 로비 등도 그대로였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국가 위임사무와 자치사무를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워 감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정감사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을 만하다.
그릇된 관행ㆍ제도 고쳐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 별로 원칙적으로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와 예ㆍ결산 심의 및 중요 입법이 모두 정기국회 기간에 집중돼 있어 과연 깊이 있고 전문적인 국정감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임시 국회는 사실상 대정부 질문 위주로 짜여 있어 국정감시 기능을 제대로 보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의원내각제 의회에서는 통상적 의회 활동과 별도로 국정감사를 하지 않는다. 입법부가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통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대통령중심제인 미국도 의회가 수시로 행정부 등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고 있어 상시 국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춰볼 때, 우리 국회의 국감이 운영상 문제가 많더라도 숫제 없애는 것이 올바른 답일 수 없다. 다만 국회가 제대로 국정 전반의 문제점을 살피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관행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국감은 많은 문제와 한계가 있지만, 행정부와 공무원들이 국정 수행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고치는 기회가 된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국감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에 앞서 국감을 파행으로 이끄는 의원들의 자세와 언행부터 고쳐야 한다. 실시간으로 중계 방송되는 국감장에서 젊은 국회의원이 나이 지긋한 장관이나 기관장은 물론, 증인이나 참고인에게 흔히 반말투로 질책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낄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낡은 관행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따지기보다 자칫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치우치기 쉽다. 그 결과, 국회의원들은 ‘국감 스타’로 뜰지 모르나 국정 수행상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 수가 많다.
이런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국감 결과에 대한 사후처리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가령 지난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국감에서 는 복리후생비 과다지급, 퇴직급여 및 수당의 부당지급 등이 10여 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런데 올해 공무원연금공단 국감에서도 소득이 있는 퇴직 공무원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유학자금 등의 명목으로 무이자 대출까지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지적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실질적 국정 감시 힘쓰도록
이처럼 ‘소나기는 잠시 피하면 된다’는 식의 피감 기관의 그릇된 인식과 자세는 국정감사를 무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낡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감 결과에 대한 사후관리와 책임 추궁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정감사는 사회적 논란이 많은 쟁점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과 폭로, 질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의 본래 기능인 행정부 감시와 견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늘 거론하는 정책 국감, 대안 국감을 위한 지속적 제도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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