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많은 선입견 속에 갇혀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특정 직업에 관한 선입견은 철옹성처럼 단단해 좀처럼 무너뜨리기 힘들다. 그런데 그 요지부동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사람이 있다. ‘의대 교수’라는 직함 앞에 ‘몸짱’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를 단 김원곤(56)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다. 김 교수는 환갑에도 몸짱을 유지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게 작은 소망이다.
상반신 누드 공개한 ‘몸짱’ 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안에 있는 김 교수 연구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다. ‘몸짱’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날렵한 상체를 드러낸 그의 상반신 누드 사진이다. 지난해 취미로 사진을 찍는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선물한 사진이란다. 군살 없이 날렵한 몸 위에 잔 근육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합성’을 의심케 할 정도로 근사하다.
최근 이 사진이 공개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김 교수는 심혈관 분야 권위자로, 관련 분야에서 8권의 책을 펴낸 학구파다.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논문도 써야 하는 의대 교수가 그렇게 많은 책을 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몸짱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부터다. 서울대 의대 본과 2년 때 서울대 의ㆍ치대 역도부를 창설해 초대 부장을 지냈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와 유도 등에도 관심이 많아, 교수로부터 체육과로 전과시켜 주겠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로 운동광이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23년 동안 의대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수없이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재작년 송년회 때 흉부외과 직원들 앞에서 벗은 몸을 보여주리라 약속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로 1년 만에 20대도 부러워할 만한 멋진 몸을 만들어냈다.
김 교수는 흔히 의사는 가만히 앉아 진료만 하는 책상물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흉부외과는 다른 과보다 더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한자리에 서서 몇 시간씩 꼼짝달싹 않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다가 시급을 다투는 수술이 많아 그 긴장감을 견뎌내려면 기초체력이 없이는 안 되죠.”
그래서인지 요즘 의대생의 흉부외과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원자가 적다 보니 흉부외과의 업무강도는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제가 전공과를 정할 때만 해도 흉부외과는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과였습니다. 당시는 요즘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자부심이 더 컸던 거죠.” 그는 의대생들의 외과를 기피하는 이유를 “개인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진료과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과연 외과 전문의들에게 여가 시간이 부족한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술전문가에 5개 국어 섭렵까지
김 교수를 보면 ‘솜씨 없는 나무꾼이 연장 탓한다’는 속담이 과연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의대 교수, 그것도 3D에 속한다는 흉부외과 교수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지 경이로울 정도다. ‘몸짱’으로 불릴 정도로 몸을 가꾼 일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는 또한 알아주는 술 전문가다. 서울대병원 웹진에 ‘김원곤 교수의 엔도르핀 술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언뜻 제목만 보고 술에 얽힌 신변 잡기라고 생각하지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술의 역사와 문화, 철학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웬만한 전문가를 뺨친다. 그것이 입소문을 타서 요즘은 술을 주제로 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가 술 전문가라니. 김 교수는 “술이 무조건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말했다. “담배는 적게 피울수록 건강지수가 높지만, 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 것보다 약간 마시는 편이 더 점수가 높게 나옵니다. 특히 심혈관계 환자라면 자신의 몸에 맞는 적당한 음주는 윤활유가 될 수도 있죠.”
술을 좋아하면 술자리가 빈번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기계발은 뒷전으로 미루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이런 선입견마저 여지없이 깨뜨린다. 그는 6년째 서울 강남역 학원가를 드나들며 5개 국어를 섭렵한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영어를 빼고는 모두 쉰 살이 넘어서 시작한 언어들이다. 그는 “내년쯤에는 ‘50이 넘어 시작한 외국어 도전기’를 책으로 엮어 출판할 계획”이라고 또 다른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 앞에서 ‘시간이 없어서…’따위의 핑계는 절대 통하지 않을 듯싶다.
김 교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을 떠올리게 한다. 자코메티는 항상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수직의 인간상만을 조각했다. 그에게 있어 수직의 인간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낄 줄 알고 공허를 지배할 줄도 알며 땅 위에서 생기는 갖가지 일들을 체험하고 계산하고 정리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 김원곤 교수의 중년 몸짱 만들기 노하우
김원곤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운동은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몸짱 만들기 노하우’를 들어본다.
“흔히 중년 이후에는 근육운동보다 유산소운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30대부터 서서히 근육량이 줄어들므로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근육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근육운동은 중년의 뼈 건강은 물론이고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50대 이후 근육운동을 하려면 운동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 들면 근육세포가 노화되고 관절 저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관절을 조절하는 인대와 힘줄이 약해지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활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량이 조금만 넘쳐도 근육에 통증이 생기고 근육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운동하기 전에 스트레칭 등으로 충분히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운동강도를 줄였다가는 백날 운동해봤자 제자리 걸음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려면 근섬유가 찢어지는 자극을 받아야 한다. 미세하게 찢어진 근섬유가 아물면서 그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손상된 근섬유가 아무는 데까지 약 46시간이 걸리므로, 근육운동은 매일 하는 것보다는 2~3일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의 균형도 중요하다. 체지방이 많으면 칼로리 소비가 많은 유산소운동을 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심장혈관이 튼튼하고 근육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격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면 밥심으로 산다며 식사량 줄이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섭취열량을 줄여야 한다. 하루 한두 끼는 포만감을 주면서 칼로리가 적은 계란 흰자, 두부, 닭가슴살, 흰살생선 등을 이용해 식단을 짜고, 지방과 염분 섭취는 극도로 제한하면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