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 쇼핑몰 yes aPM 앞마당. 트라이얼 자전거 마니아 이상준(30)씨의 연습이 한창이다. 평소 고객들이 쉬어가는 계단, 앞마당에 있는 돌로 된 동그란 장애물, 계단 위 높은 턱은 이씨에게는 모두 도전의 대상이다. 뛰어넘을 목표물을 응시했다가 자전거 앞 바퀴를 들고 균형을 잡는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대로 뒷바퀴로 땅을 박차고 점프해 장애물을 뛰어넘는데 성공. “와~”하는 탄성이 주변에서 나왔다.
묘기 자전거로도 불리는 트라이얼 자전거에는 안장이 없다. 기물(장애물 등)을 뛰어넘으려면 가벼워야 하고, 움직일 때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6년 트라이얼 자전거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즐겨온 이씨는 “트라이얼 자전거의 매력은 자전거와 몸이 하나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얼 자전거는 한 대 200만원대. 그래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30대부터 70대까지 15명의 마니아들이 이씨에게 트라이얼 자전거를 배운다.
국내 개인 자전거 보유 대수는 2006년 현재 800만대에 달하고 있어 보급률은 16.6%다. 2012년이면 1,400만대로 늘어 보급률은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전거 시장규모는 2000년 100만대에 달한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5일제 확산, 자전거도로 확충이 이어지면서 지난 2007년 약 240만대로 증가했다. 사이클링이 보편화하면서 자전거의 구조도 다양화하고 이색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사이클링가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36만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인터넷동호회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운영자의 한 사람인 오정렬씨는“우리 동호인들만 해도 서울에서만 하루 20개 이상의 소모임이 자전거를 탄다”고 소개했다.
특히 초기에는 산악용 자전거를 많이 선호하지만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볍고 속도가 빠른 로드 바이크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작은 크기의 미니벨로나 기어가 없이 뒤로도 주행가능한 픽시가 인기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산악용 자전거(MTB)와 로드바이크의 장점을 모아 만든 신개념 자전거. 핸들바와 프레임은 산악자전거와 가깝고 바퀴의 폭은 로드바이크 처럼 좁아서 도로 주행력, 방향 전환성, 제동력을 두루 갖췄다.
아직 수가 많진 않지만 넓은 안장에 등을 기대고 누워 다리로 구동하는 리컴번트 이용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네이버 카페 ‘리컴번트와 벨로모빌을 타는 사람들’ 회원 수는 3,7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리컴번트는 주행할 때 몸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바람의 저항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다. 현존하는 자전거 가운데 가장 빠른 자전거로 꼽힌다.
자전거에 접목되고 있는 최근 기술과 소품도 눈길을 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장착한 것으로,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간다. 자전거를 탈 때 가장 힘이 드는 오르막길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최고 시속 30km 전후가 가능하고 4~6시간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40km 안팎이다. 페달을 돌리면 전기 소모량을 줄여 더 오래 갈 수 있다. 가격은 100만원대다.
소니(NV-U35)나 아이리버(NV미니 자전거 에디션)가 내놓은 자전거 내비게이션도 있다. 도로상황과 직선 경로 외에 자전거 전용 주차장, 자전거 점포, 자전거 타는 사람의 칼로리 소모량까지 알 수 있다.
고가의 한정판 명품 자전거를 수집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22~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자전거박람회에 전시되는 세계 최고가 자전거는 3,200만원짜리 독일 발드마이스터 자전거다. 자전거 몸체를 벚나무 100겹을 6개월간 압축해 만들어 금속과 같은 강도를 지녔다. 핸들바, 브레이크 등 부품은 탄소와 티타늄 융합 소재로 가벼우면서 충격에 강하고, 타이어는 펑크가 안 나는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이외에 여름철 나무 사이에 걸쳐 앉는 것 같은 헤먹 안장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체중을 흡수하는 페더슨 자전거(450만원)와 자전거 앞 부분에 아이들이 타거나 크리스마스트리를 놓을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을 가진 다목적 MPB자전거(390만원)도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찾는다.
한편 제1회 세계자전거박람회는 자전거의 새로운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전기자전거와 자전거 내비게이션, 누워서 타는 리컴번트 자전거 등은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진화해가는 자전거의 새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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