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2010한국국제건설기계전’을 찾았던 회사원 박모(35)씨는 현대중공업의 굴착기(사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반 굴착기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던 그 제품이 디젤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내장돼 있는 하이브리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자동차에나 쓰이는 줄 알았던 하이브리드 엔진이 굴착기에도 장착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제품이 갈수록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종교배, 혼혈 등을 뜻하는 하이브리드는 흔히 이질적인 요소들이 융합한 제품을 이르는 용어로 사용된다. 대중적으로 가장 익숙한 제품은 역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장착돼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비록 국내 첫 제품이었던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혼다의 하이브리드카‘인사이트’의 국내 시판 가격이 2,000만원대로 결정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또 다시 증폭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굴착기도 구조는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의 제품은 경유만 사용이 가능했던 굴착기에 전기모터를 달아 병용이 가능하도록 한 제품. 일반 제품보다 연비가 25% 정도 향상됐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35%의 연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굴착기를 개발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굴착기는 가격이 대당 2억원 정도 지만, 1년 동안의 연료비가 5,000만원에 달해 몇 년 사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며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제품이 양산되면 구매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진수한 3,000톤급 경비함 ‘태평양9호’는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업체들도 디젤엔진 구동으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형식의 하이브리드 선박과 태양열을 이용한 선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형 정밀 전자제품에도 하이브리드 개념이 속속 전파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NX100(사진) 등 렌즈교환식 일안반사(DSLR)카메라 내부에서 반사 거울을 없앤 하이브리드(미러리스) 카메라.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졌지만 DSLR 카메라 못지 않게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최근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게이트의 ‘모맨터스XT’는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로 불린다. HDD의 자기디스크와 차세대 HDD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플래시메모리를 동시에 갖춘 제품으로 SSD보다 가격이 낮고, HDD보다 부팅속도 및 실행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삼성SDS가 20일 발표한 ‘2011년 핵심 IT키워드’에는 하이브리드웹(web)이라는 개념이 포함됐다. 기존의 컴퓨터 운영체제(OS) 기반의 웹이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점차 바뀔 것이라는 게 하이브리드웹의 개념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제품들에 대해 어중간한 과도기적 제품이라는 혹평도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제품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영역이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동안 하이브리드 제품들은 생명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영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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