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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외투 빼앗기자 거리로… 몸살앓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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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외투 빼앗기자 거리로… 몸살앓는 유럽

입력
2010.10.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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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이던 서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긴축재정 후유증에 휩싸이고 있다. 은퇴연령을 62세로 연장해 연금 수령 인구를 줄이려는 프랑스는 잇따른 노동자와 학생들의 시위로 유류 공급 및 교통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147조원 규모의 재정 감축안을 발표한 영국에서도 이날 시위대가 정부청사 불법 점거를 시도했다.

20일 파리 오를리공항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번쩍이는 조끼를 입고 붉은 노동조합기를 흔드는 시위대들로 봉쇄됐다. 한 손에 아이를 안은 30대 여성은 비행기 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셔틀버스에서 내려 공항청사까지 수백미터를 옷가방을 끌며 달려야 했다. 공항을 겨우 빠져 나온 한 여행객은 "마치 바그다드에 도착한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시위대는 21일 오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공항과 클레르몽페랑 공항 진입도로를 한 때 봉쇄했다. 파리공연을 위해 프랑스로 입국할 예정이던 팝 스타 레이디 가가는 발길을 미국으로 돌리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산발적인 시위보다 요지를 봉쇄해 정부에 효과적으로 타격을 주는 이 같은 시위 방식에 대해 "게릴라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연금개혁입법의 최종단계인 상원 표결 예정(21일)일에도 학생들의 대형시위가 진행돼 대규모 유혈충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프랑스 남동부 리옹 거리에선 주차된 차를 뒤집고 경찰에 물병을 던지는 청년들이 경찰과 추격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강제해산 명령에 따라 20일 밤 시위대에 점령됐던 정유소 7곳이 경찰의 손에 넘어왔지만 수 주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정유소 펌프는 기름 한 방울 없이 말라 붙어있었다. AP통신은 "전국 주유소 3,000곳의 기름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이다"고 전했다. 20일에도 고속열차(TGV) 운항의 3분의1이 취소됐고 마르세유항에는 69척의 선박이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영 BBC방송은 "쓰레기로 뒤덮인 마르세유 시가지는 대중교통마저 전부 끊겼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폭력행위를 자행하고 교통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며 "경제적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급기야 프랑스 정부는 20일 에너지 부족이 심각해졌다는 판단 아래 원자로 6기가 생산하는 전력에 맞먹는 5,990㎿를 주변국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한편 20일 오후 영국 런던 화이트홀에선 시위대 2,500여명이 이날 발표된 긴축재정안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일간 가디언은 21일 "이들 가운데 12명 정도가 재무부 청사 내 기업혁신기술부 건물로 뛰어들어왔으며 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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