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들이 학교 발전기금이라며 10원짜리 동전으로만 420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가 진행하는 학과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표시를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학과 4학년 조승연(24)씨는 21일 교내 20여 곳에 ‘항상 학교 발전을 위해 고생하시는 총장님. 안녕하세요’란 대자보를 붙였다. 그는 대자보에 ‘윤리문화학과 학생이 11일부터 사흘간 10원씩 420원을 모아 본관에 납부했다. 학생은 돈 버는 주체가 아니다. 몇 년간 학과인원이 줄어 많은 돈을 준비 못했지만 총장님이 추구하는 바에 조금이나마 들어맞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기부자 명단에 윤리문화학과 이름이 들어가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적어 학교 정책을 비꼬았다.
동국대는 2006년 오영교 총장이 취임하면서 매년 입학성적과 입학경쟁률 취업률 등을 토대로 학과 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 결과 하위 15%에 해당하는 학과는 입학정원을 10∼15% 줄이는 대신 결과가 우수한 학과 정원은 그만큼 늘리고 있다. 그로 인해 2007학년도 30명이던 윤리문화학과 정원은 2011학년도 신입생 기준으로 15명까지 줄었다.
조씨는 “학교가 2007년부터 시행해온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기부 운동에 나섰다”며 “학과구조조정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2학기부터 B4용지에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싶어’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합니다’란 글을 써 옷에 붙이고 등교하는 등 독특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기부 액수가 많지 않아 학교발전 기부자 명단에는 윤리문화학과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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