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언론에 연일 새로운 의혹이 보도되면서 태광그룹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직원들은 외견상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충격과 혼란을 겪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실토했다. 태광그룹 한 직원은 "태연하게 업무에 임하려고 하지만 자고 나면 새로운 사실이 보도돼 난감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13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했는데 4~5일이 넘도록 변호인단도 구성하지 못했던 점은 그룹측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방증하는 사례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수사가 본격화한 지 1주일 정도 지나서야 국내 최대 법률회사인 김앤장에 변호인단 구성을 의뢰했다.
20일부터는 그 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과 대응에 나섰다. 비자금 조성, 편법 증여 등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긴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최소한 사실확인도 되지 않은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먼저 드러냈다.
태광그룹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이 모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800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의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며 천안방송 편법 인수 의혹도 대법원에서까지 무혐의 처리된 사안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이 티시스를 분리해 편법 상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룹이 성장하면서 전산시스템 부분의 전문화가 필요했던 것이지 편법 증여ㆍ상속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와 관련한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그룹 내 한 인사의 조카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해서 그 정도로 무슨 로비가 가능하겠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의혹을 제기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가 2002~2004년까지 3년 동안 일하다 해고돼 그룹과의 5년 계약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내부 자료를 보면 박 대표는 2000년 초부터 2004년까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며 "박 대표가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