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단순히 액면가면 높이 써내는 기업의 손을 들어 줄 것이 아니라, 비전 및 향후 자금조달 등을 종합 판단, 인수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현대그룹과 현대ㆍ기아차 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 노조가 20일 인수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임동진(사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인수경쟁 과열로 인한 후유증이 우려돼 채권단에 단순한 최고가 입찰 방식의 변경을 요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치른 조합원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도 채권단에 요구할 방침"이라며 "채권단과 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우선"현재 현대ㆍ기아차와 현대그룹 간 지나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어느 쪽이든 무리한 입찰가를 써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하는 쪽에 인수될 경우,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현대건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8일 채권단의 일원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평가에 있어 가격 부문이 3분의2 정도 중요하다"며 "이밖에 자금동원 능력, 비전 제시 등 비가격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최근 채권단과의 접촉을 통해,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평가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와 관련해 국회 및 대국민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현대건설 회생 과정에서 조합원과 소액주주가 두 차례에 걸쳐 6대1, 9대1로 주식 감자를 감내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도 채권단에 요구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채권단만 제 몫을 찾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부분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채권단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경우, 이를 전액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다.
전날인 19일 현대ㆍ기아차가 제시한 현대건설 육성 청사진에 대해서도 임 위원장은 "현대ㆍ기아차가 10년간 10조원을 투자해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현대그룹도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 인수 후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 중 어느 회사가 인수하는 것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임 위원장은 "인수자금을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는 회사가 현대건설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 회사의 자금 동원 경로와 성격을 지속적으로 관찰, 건전한 자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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