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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쓴 쌍둥이 육아일기… 20년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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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쓴 쌍둥이 육아일기… 20년 됐네요"

입력
2010.10.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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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매탄3동에 사는 최경화(47)씨의 책장에는 숫자 1부터 54까지 붙어 있는 파일이 나란히 꽂혀있다. 파일에는 누렇게 바랜 종이에 메모나 편지, 사진, 낙서까지 아이들의 성장 기록과 모습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어렵게 갖게 된 아이들이라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20년이나 흘렀네요."

최씨가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1985년. 결혼 후 남편 이강석(52)씨의 대학원 진학으로 미뤄왔던 아이를 가지면서부터다. 최씨는 배란이 잘 되지 않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임신이 잘 안 돼 마음고생을 하다 90년 12월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인공수정으로 뜻을 이뤘다.

몸도 약해 수 차례 입ㆍ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알러지로 복수가 찼어요. 급기야 임신 4주밖에 안됐는데 8개월 된 임산부처럼 배가 불러 1991년 1월 15일 입원해야 했죠. 그 날 A4용지 크기 다이어리를 찢어 '입원'이라고 달랑 한 글자 써 넣은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 해 9월 딸 현아(19)와 아들 현재(19)를 제왕절개로 낳은 최씨는 아이 둘 키우며 '전쟁'을 치르느라 소홀했던 일기장을 100일만에 펼쳤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나은 아이라 뭐라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무 기쁘거나 슬프면 눈물이 안 나던데 태어날 땐 그저 담담했다."(91년 12월 17일)

그는 쌍둥이 육아의 특성상 딸과 아들의 하루 생활을 구분하기 위해 기상시간, 낮잠시간, 식사 메뉴, 대ㆍ소변 색깔까지 기록했고, 기록은 육아일기로 발전했다. 직장생활에 바쁜 남편 이씨도 가세해 아이들 돌보는 데 소홀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 매년 발도장을 찍기도 했다. 육아일기는 1년에 3-4권씩 쌓였다.

대학에 진학한 두 남매에게 엄마의 일기는 가장 큰 보물. 성장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커서 3,4살 때 낙서한 것도 모아놨어요. 그걸 보더니 껄껄대며 웃더라고요."

육아일기는 때로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줬다. "10년 전쯤 난임으로 고통 받던 한 지인을 집으로 초대해 일기를 보여주며 치료에만 전념해보라고 했더니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병원치료 끝에 아이를 가졌어요."

최씨는 "아이들이 결혼해 낳은 손자 손녀의 육아일기도 쓸 생각"이라며 "재산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부모가 직접 정리해 주는 것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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