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는 색깔, 모양, 그림자 등 모든 면에서 매우 조화가 잘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작품을 알리는데 국적을 따질 수 있나요.”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 여교수가 서울에서 주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강의를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덴마크 출신의 영국 런던대 샬럿 홀릭(Charlotte Horlyck∙41) 교수.
홀릭 교수는 19일 저녁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 문화센터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화 연속강의 첫 순서에서 ‘한국의 미술 1 : 청자에서 불화(佛畵)까지 - 고려시대 미술 개관’을 맡아 2시간 가량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영어로 진행된 이 강의에서 홀릭 교수는 20명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고려시대 자기와 불화에 관한 슬라이드와 인쇄물을 보여주면서 청자 고유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설명했다. 홀릭 교수는 강의에서 한국의 전문가에 뒤지지 않은 해박한 지식을 보여줬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고려청자는 투명한 비색과 항아리의 자연스러운 형태, 그리고 그물처럼 촘촘하게 난 실금이 특징”이라며 “조선 백자는 오히려 유교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느낌이 들어 청자에 더 매료된다”고 말했다.
홀릭 교수가 고려 청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한국부문 큐레이터로 일한 그는 고려시대 예술품들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2006년 런던대에서 ‘고려시대 구리거울’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홀릭 교수는 “청자와 불화 등 고려시대 예술품들에 깊은 감명을 받아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게 됐다”며 “특히 고려청자는 당시의 흙과 땔감 등을 이용한 제작 기법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따뜻한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홀릭 교수는 한국학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학은 인문학의 한 분야로 유럽에서 발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학과 일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많은 외국인 교수들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국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홀릭 교수는 1993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여름학기 동안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길게는 10달 이상 체류하면서 고려시대 예술을 비롯한 한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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