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20일 “북한이 과거 북핵 6자회담 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중유 75만톤에 상응하는 핵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다면 6자회담 재개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온 정부의 요구 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고 (북한과) 만날 경우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는 것은 75만톤 중유만큼 비가역적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키거나 핵시설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다면 비가역적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가로 중유 50만톤을 제공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는데 북한의 조치는 기껏 냉각탑을 파괴하는 수준에 머물러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가 6자회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도 (고립)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구체적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제안한 ‘그랜드바겐’(일괄타결)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북한을 제외한 5자간에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중국도 ‘대교역’(大交易)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를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과 달리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조기 개선 요구를 강하게 반박했다. 현 장관은 이날 평화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2010 통일교육강좌’ 기조강연에서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과) 대화를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하느냐”라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사과가 없는 한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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