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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축되어 가는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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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축되어 가는 교수들

입력
2010.10.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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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많은 대학이 취업률 통계를 부풀린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대학들이 규정을 어기고 공금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았다는 기사도 있었다. 대졸자가 대필한 석ㆍ박사 논문이 통과되었다는 최근 보도는 대학이 한국 사회에서 원칙을 가장 잘 지킬 것이라는 기대에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대학이 승진 규정을 바꿔 교수 몇 명을 탈락시키거나 퇴출시키면 그 대학은 개혁에 앞장선 것처럼 보도된다.

돈과 경제에 종속된 학문

최근 들어 신문사마다 경쟁적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면서 대학들은 그 순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다 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나 상당수 대학에서는 신문사의 평가기준에 맞추어 대학을 운영하고 교수들에게 실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수들도 외국 학술잡지에 글을 싣지 못하면 승진은커녕 자리 보존도 힘들게 되어버렸다.

80%가 넘는 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하고, 수능시험은 국가 행사가 되어버려 직장인의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차량 경적도 울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만, 정작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국감에서 고려대 정년교수의 연봉이 최고 1억 8,000만 원이 넘는다는 기사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노는 교수들이 뭔 월급이 그리 많으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동안 교수들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지 않았는데 정년보장 교수들이 대기업 임원보다 훨씬 낮게 평가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사족을 붙이면, 발표된 고대 교수의 연봉은 대학들 중 최고액수인데 모든 교수들이 그렇게 월급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TV 드라마에서 교수가 등장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이거나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심판자의 역할을 했지만, 요즘에는 자기 분야 외에는 무능력자이거나 바람도 제대로 피지 못하는 찌질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게 교수들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며 냉소적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데 세계 100위 안에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할 말이 있느냐고 힐난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은 후 한국 사회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금전적 잣대로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학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구비를 많이 따오는 교수가 능력 있는 교수로 인정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연구비 확보를 위해서는 발주기관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관심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비를 따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를 따기 위해 연구 주제를 맞추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분명한 학문의 경제에 대한 종속이다.

다양성 해치는 획일적 평가

연구비 착복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연구비 사용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연구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세세한 규정들을 만들면서 연구 책임자는 연구 자체보다 연구비 관리에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교수가 되겠다고 공부한 이들 중 교수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나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경우는 없다. 그리고 어려운 학문 과정이 명예와 자존심이 중요함을 알려주었다.

업적 평가에서 경쟁을 의식해야 하고 동시에 연구비 사용규정도 숙지해야 하는 교수는 타의적이 되고 좋은 학문 결과를 내기도 어렵다. 단기적인 결과중심적 잣대와 냉소적 평가를 앞세워 교수들에게 획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학문의 기본속성인 자유와 다양성에 배치되는 것이다. 학자들의 학문적 노력과 경쟁을 믿어보자. 3년째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분들에 비하면 배부른 불평이라고 하겠지만….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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