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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작 '부당거래'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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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작 '부당거래'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

입력
2010.10.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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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낯설다. 류승완 감독 하면 떠오르는 게 액션 아닌가. 그런 그가 사회비판을 넘어 냉소가 가득한 영화로 돌아왔다. 류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는 액션을 소품으로 삼고, 너저분한 사회 권력에 포커스를 맞춘다. 스크린엔 액션의 쾌감보다 부당한 사회현실에서 비롯된 씁쓸한 맛이 배어난다. 속 시원한 뒤돌아 차기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 하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항상 감독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변신을 의도하며 이 영화를 만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영화를 만드니 나에 대한 관객들의 고정관념이 생긴 듯 하다. 내 영화엔 어떤 일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태도와 이 사회에 대한 시선에 변화가 있었음을 애써 부인하진 않았다.

‘부당거래’ 속 검사는 뒤가 구린 후원자를 보호하고 경찰은 오직 승진 욕에 불탄다. 정의와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들로 채워진 시나리오에 대해 그는 “처음 봤을 때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사와 경찰, 후원자의 기이한 공생관계에 대한 묘사가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 관계가 고추 도매업자와 소매업자, 소비자의 관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들보다 등장인물이 훨씬 매력적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그가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이후 “새 영화의 투자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날 되돌아보게 된 시간”은 이 영화의 탄생에 적은 않은 영향을 줬다. “투자가 잘 안 되는 걸 보며 ‘내가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 ‘유명한 것과 유능한 것은 다르구나’ ‘내가 유명세 아래 숨어 안락하고 쉽게 지낸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어 제작사 사무실도 때려치우고 CF도 찍으면서 내 자신을 돌아봤다. 그런 힘들었던 시간이 사회를 냉철하게 보는데 도움을 준 듯 하다.”

그는 “각색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싸움을 말리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시원하게 넘어갔을 텐데 하는 생각을 편집을 하며 계속 했다”고도 했다. “과연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부당거래’ 연출은) 나의 의욕보다는 관객들이 느끼길 원하는 감정이 무엇인가를 더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류 감독이 연출하며 주안점을 둔 것은 누가 나쁘고 누가 좋다는 구분을 하지 말자는 것. 그는 “행위 자체는 선과 악의 분간이 있지만 그 행위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편도 들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어떻게든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구두에 진흙을 묻히고 싶지 않은데 이미 진흙탕 속에 서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식으로 거대한 원을 이룬,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사회의 먹이사슬 구조를 보여주고 싶었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찬사를 들으며 떠들썩한 데뷔식을 치른 지 10년. 그는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려 최선을 다하며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후회 없는 시기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10년이 아이처럼 누군가를 배우고 싶고 어떤 것을 넘고 싶은 과정이었다면 이젠 내 시선을 가지고 명품을 만드는 장인처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예전엔 주변의 기대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얘는 뭐하겠지’ 그런 선입견을 사람들이 가지니 내 이름을 바꾸고 싶을 때도 많았다. 누구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또 누구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 같은 영화를 원한다. 심지어 ‘무릎팍 도사’ 같은 TV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나와달라고도 한다. 내가 거기에 다 맞출 수는 없다. 내가 옳다 생각하는 내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영화 '부당거래' 돈·권력에 뒤틀린 현실 꼬집어

돈을 받고 후원자의 뒤를 봐주는 검사가 등장하고, 검찰과 경찰의 반목이 배경으로 깔린다. 경찰 내부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의 반목이 다뤄지고, 아동성폭행도 주요 소재다. 이 정도면 올해 한국사회를 들었다 놓은 주요 뉴스들을 뽑아낸 신문 연말 특집과 다를 바 없다. 영화 '부당거래'는 자극적이고 시사적인 소재만으로도 눈길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부당거래' 속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는 제 각각이다. 그러나 그들의 도덕성이나 인간성은 오십보백보다. 정의구현에 앞장서야 할 검사 주양(류승범)은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양아치나 진배없는 행보를 한다. 승진에 목을 맨 강력계 형사 최철기(횡정민)도 뼈 속까지 악인이라 할 순 없지만 정의의 수호자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경찰 수뇌부의 안위를 위해 연쇄 아동성폭행범을 만들어내 검거한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부정한 협잡도 불사하는 주인공들. 그래서 제목이 '부당거래'다.

후원자를 보호하려는 주양과 사건 해결을 위해 주양 후원자에게 위해를 가해야 하는 최철기가 대립하면서 영화는 가속도가 붙는다. 둘의 일진일퇴에 폭력배 출신 건설업자 장석구(유해진)가 끼어들며 이야기는 밀도를 더한다.

스크린은 시종 냉기를 뿜는다. 검사도 경찰도 언론도 (간접적으로 그려지지만 심지어 청와대도) 저마다의 욕망들로 뒤엉킨 거대한 진흙탕 속 싸움꾼들에 불과하다는 묘사는 냉소적이기 그지없다. 적법하게 악을 처단하는 결과도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적 해결만이 정의를 세울 뿐이다.

액션이 등장하지만 액션을 위한 장면은 없다. 그래도 단순한 몸동작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액션이 적지 않다.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베테랑 앞에서 기량 펼치지 마라"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 등 대사도 귀에 박힌다. 좋은 시나리오와 스크린을 장악하는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이 블랙유머와 함께 비벼졌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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