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최종 길목 경주. 그곳에서 환율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선진국과 신흥국이 맞닥뜨린다. 21일 재무차관ㆍ중앙은행 부총재회의를 시작으로 22,23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까지. 내달 초 열리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룰 현안들에 대해 막판 조율하는 자리다. 글로벌 환율 전쟁의 분수령이자, 사실상 G20 정상회의의 성패를 가늠할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기대와 요구
이번 경주 회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 겉으로는 각국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지만, 어떻게든 환율 전쟁으로 인한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 이를 위해서는 이번 G20 회의에서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드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 멜빈 킹 총재는 19일(현지시간) 재계 지도자 회동에서 “주요 경제국들의 정책이 직접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 균형 회복을 위해 공조가 필요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G20 회동의 대타협이며 실패할 경우 무역장벽이 더 높아지고 성장도 약화되는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G20이 세계 성장의 균형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흥국 내에서도 G20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G20 회의가 마음의 회동이 돼야 한다”고 말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G20 회동에서 ‘향후 통화 시스템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응할 수 있을까
이런 기대와 요구를 반영해, 20개국 모두를 만족시킬 열쇠를 찾아야 하는 의장국인 한국 정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22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첫 세션 연설을 하기로 한 것도 우리 정부가 이번 경주 회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의장 역할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노력은 분주하다. 장관회의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22일 오전, 이번 환율 전쟁의 핵심 당사자들과 1대1 면담을 갖고 물밑 중재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 등과의 양자 면담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 설득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자‘G20의 성공 가능성을 둘러싼 의심이 증가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G20 차원에서 환율 전쟁에 대한 공동 해법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20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각국 입장을 조율해야 되는 우리 정부가 별도 해법을 내놓을 상황이 못 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자칫 해법이라고 제시를 했다가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될 경우 우리만 바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선 이른바 ‘서울 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선언문에 꼭 뭘 담기보다는 이번 G20 회의를 계기로 환율 전쟁이 누그러질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되어도 성공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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