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 경제 위기에서의 소외계층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정부의 친서민 정책기조와 기부를 장려하는 법제도,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단체의 증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확대 등이 기부 문화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기부 금액의 규모가 아직 작긴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때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가 드러난 것은 기부 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기부자들이 기부 활동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금단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이다.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기관인 공동모금회에서 지난 수년간 성금 분실과 장부 조작, 친인척 거래, 공금 유용 등 갖가지 비리를 저지른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모금단체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지녀야 한다. 재정 유용이나 남용, 비윤리적 인사와 경영, 기부금의 과다한 행정비용 지출, 개인 또는 기관의 스캔들 등으로 인해 사회의 기대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 어디보다 거센 비난을 받기 마련이다. 물론 한 두 단체의 비위가 전반적 실태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부정적 영향은 모금단체 전체에 미쳐 기부 문화의 확산을 가로 막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모금단체이다. 공동 모금을 통하여 산발적인 자선모금을 줄이고 법이 보장하는 제도적인 틀 안에서 민간 자원을 동원하는 공신력 있는 기구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각계 각층의 온정이 집중되면서 출범 이후 11년 동안 모금액이 10배 이상 증가, 지난해에는 3,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기부문화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충격도 크다.
공동모금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를 대표하는 모금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소명의식을 거듭 인식, 우리 모두의 소중한 성금이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모처럼 피어나고 있는 나눔의 불씨가 더욱 타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모금단체의 투명성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체계적인 모금 전문가 양성과 후원자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처럼 모금전문가 협회를 통해 윤리성을 높이는 자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모금단체들은 내부감사체계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뿐만 아니라, 시민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여 비위와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BBB(Better Bureaus' Philanthropic Advisory Service) NCIB(National Charities Information Bureau)와 같이 민간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기부금 사용과 운영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장치도 만들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의 기부문화 확산은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정부 기업 언론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시민들의 기부 의지를 부추기고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모금단체들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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