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과 사라 장의 라이브 연주를 거실 쇼파에 앉아서 감상하는 화요일 밤의 여유. KBS ‘클래식 오디세이’가 19일 500회를 맞았다. TV와 영 어울리지 않아 뵈는 고전음악 공연이 10년째 정규 편성으로 방송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도 안 되는 시청률에 광고가 고작 2~3개밖에 붙지 않아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반복되는 폐지 압박을 제작진이 “시위하는 심정으로” 버텨온 결과다.
‘클래식 오디세이’는 학식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전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찾아가는 음악회. 한 달에 한 번 스튜디오를 떠나 외진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공연을 연다. 초창기에는 음악의 주제와 분위기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충남 태안군의 한 초등학교 분교에서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과 재학생 어린이들의 협연으로 진행한 방송(2008년 9월 30일)은 한국판 엘시스테마의 감동으로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제작진은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공연을 좋아할까 생각했는데, 경북 영양군의 여든 되신 할머니가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클래식의 위대함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장한나, 조수미, 김선욱, 임동혁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뿐 아니라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도 ‘클래식 오디세이’의 무대에 올랐다. 이 가운데는 이 프로그램만을 위해 자비를 들여 자신의 협연자와 함께 방한한 연주자도 있다.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전숙영 PD는 10년 전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간부로 참여했던 고참급 PD다. 그런 그가 지난해 다시 일선 PD로 돌아왔다. “클래식의 매력이요? 저만 봐도 알 수 있죠. 10년 전엔 음악에 완전히 문외한이었는데, 지금은 오페라를 제대로 들으려고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어요. 클래식은 강제로라도 들려줘야 하는 음악이에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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